일상저널/인세인피지의 사설

권력

인세인피지 2024. 12. 1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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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권력의 심리학이란 책을 읽고 있다. 책장을 넘기면서 그동안 한번쯤 품어봤을 만한 권력에 대한 오만가지 생각과 가설이 나름 체계적으로 설계되고, 재미있게 풀어내지는 과정을 아주 천천히 음미하고 있다.

 

챕터 2를 읽으며 깜짝 놀랄만한 통찰이 있어, 잠시 그 흔적을 남겨놓는다. 나는 아주 유순한 성격, 성향의 사람이었다. 아주 어렸을때는 동생들을 잘 돌보고, 챙겨주어서 내가 부모님의 직장 이전 관계로 충남 서산의 작은 마을 해미를 떠날때 나와함께 어울렸던 동생이 내게 좋은 인형 선물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8살 이었다. 풀한 포기도, 벌레 한마리도, 병들어가는 생명과 가엾은 존재들에 관한 태생적 연민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운동을 잘했다. 어려서는 달리기가 빨라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축구를 시키라고 해미초등학교 축구부 감독님이 부모님을 설득했던 기억이 났다. 내가 본격적으로 운동을 잘한다는 관념이 생긴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던 것 같다. 골목에서, 학교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보니, 어느덧 나는 학교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고,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고, 당시에는 드물에 친구들을 몰고, 시내버스를 타고 학교원정 경기도 다닐만큼 열성이었다. 문제는 같은반 친구들에게 억압적인 언행으로 내 축구철학을 구현해내기를 종용하고,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장한 적이 있었단 것이다. 당하는 친구들 입장에선 지금의 내 기억보다 훨씬 씁슬한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을 수 있다. 왜그렇게 까지 했었는지, 그 생각이 날 때마다, 후회하고 반성한다.

 

그런 학창시절을 보냈다. 나는 항상 운동을 잘했고, 심지어 고2때 처음 접해본 농구도 고3무렵에는 학교에서 꽤나 인정받을 만한 수준에 까지 올라섰었다. 몇번 해보지 않았던 배구도, 당연히 학급 대표를 할 정도의 운동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한듯 여겼지만, 그것은 부모님, 특히 아버지께 물려받은 유전이었다. 내 노력으로 받은것이 아니다. 운좋게 물려받은 운동능력을 과시하고 뽐낼게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운동에 관하여는 출발선이 달랐고, 물려받은 운동능력으로 인해, 항상 운동에 있어만큼은 특출났다.

 

이 운동능력이란게 무서운게, 신체능력에만 국한되는게 아닌것 같다. 남들과 비슷하게 공부를 해도, 남들과 비슷하게 사고를 해도 분명히 좋은 결과를 도출했고, 나름대로 전문 교육을 받지도 않았지만, 예술, 문화, 철학과 관련한 분야에도 쉽게 흥미를 가지고, 관심 분야라 할 정도의 내공을 쌓을 수 있었다.

 

지금도 내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예술, 문화, 과학, 패션, 음악, 문학, 건축 등 전문지식도 없는 온갖 분야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에서 비롯된것 같다. 내가 서두에 언급한 권력의 심리학 챕터2에서 얻게된 통찰이다.

내가 진학한 대학은 고3 수능이후 약 2달 가량을 다녔던 체대입시학원의 결과물이었다. 운좋게 체대입시를 제대로 하지도 않았는데, 지방의 사립대 체육교육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가정에서도, 어디에서도 구속을 받아본 경험이 없던 내가, 그 당시 가장 기합이 강하다는 악명높던 지방 사립대 체육교육과에 진학을 했으니, 오죽 괴로웠겠는가.

 

1학년 1학기 여름방학 때 서울 모 어린이공원 수영장에서 2학년 선배들과의 트러블로 학교를 휴학하고, 반수를 하려고 했었을때,, 고작 2개월 체대입시 같지도 않은 체대입시를 다녀서 지방 사립대였다면, 제대로 준비해서 인서울 4년제를 재입학하려고 했었다.

 

인생에 몇번 안되는 아버지의 만류가 있었다. 같은과를 진학하려는데, 대학의 간판이 뭐가 중요하냐, 특히 네가 졸업하려는 과는 학교 이름이 중요한 과가 아니다. 어짜피 임용시험을 치뤄야하는 전공인 관계로,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고, 지금 네가 다니는 대학을 잘 마치고, 임용을 준비했으면 좋겠다는게 당시 아버지의 말씀,

 

사실 자신이 없었나보다. 6개월이란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나 보다.

 

그길로 나는 대학 4년을 다이렉트로 마쳤다. 2학년 2학기때부터는 ROTC도 병행하면서, 지금생각하면 참 잔인한 일들이 많았다. 참 비인간적인 처사를 많이 당했다.

 

그렇게 나는 악해졌고, 악독해졌고, 술을 많이 마셨으며, 가끔은 술 취해 굉장히 폭력적인 사람이 되었다.

졸업 무렵, 나는 보수적이었고, 강고한 마인들의 소유자가 되었다. 가끔은 지인들에게 듣기 싫을 소리도 과감없이 해대는 그런 안하무인의 인간이 되었다.

 

- part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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