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바른소리가 아닌, 정말로 대진운이 좋았다. 대회장이 원주단테대 회장님이기에 예선 대진부터 네임드가 아닌, 보통의 구력의 선수들과 한조로 묶일수 있었다. 예선통과만 하자는 생각으로 출전한 2025년 첫 단식대회, 최근 강한 서브는 아니지만, 스핀서브가 어느정도 안정화 됐다고 느꼈기 때문에 3그룹에서도 약간의 선전을 기대할 수 도 있었겠지만 여전히 내 서브는 들쑥날쑥 일관성이 떨어지는 상태였다. 그도그럴것이 단식 대회 전날, 늦은 저녁까지 서브연습을 하다가 예전에 한참 따라했던 페더러 폼을 몇번 연습했고, 그 폼으로 플랫서브가 몇번 들어가길래, "그래도 서브는 페더러지,,"라는 생각으로 대회 전날 서브폼을 수정했던것. 연습 막판, 라켓 거트의 크로스 줄이 끊어졌다. 하필 대회전날 거트가,,, 라고 생각을 했지만, 서브를 한 200개는 했으니 끊어진게 당연했는지도, 라켓 한 자루로 대회를 치룰 수 있을까, 대회 운영도 도와야 하니 예선만 통과한다는 생각으로 불안한 마음을 안고, 일찍 잠을 청했다.
예선 첫경기는 이미 예선전에서 1승을 하신 젊은 분을 상대했다. 전반적으로 파워풀한 젊은 테니스를 구사하셨는데 아무래도 경기 운영면에서 단식테니스를 매주 몇년째 즐기고 있는 나를 이기기에는 구력이 좀 부족해 보였다. 첫 경기 공을 몇번 주고 받았을까, 한 자루 밖에 없던 내 라켓 스트링이 끊어졌다. 젠장, 어제와 마찬가지로 크로스 줄이 끊어졌다. 스트록을 치는데 왜 크로스가 터졌을까 -_-;; 라켓을 바꿔오겠다고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거 망했구나, 어떻하지,,'란 생각을 가득 품은채 클럽하우스에 들어섰는데 마침 같은 클럽에서 운동하는 동생이 지나가기에 급하게 라켓을 좀 빌리자고 부탁했다. 후배도 대회에 출전한 상태라서 너무 미안했지만 우선은 급한 마음에 염치없이 라켓을 빌렸다. 라켓감을 잡을 심산으로 공을 좀 살살 쳤더니 오히려 코스웍이 살아났는지 운좋게 예선 첫승을 거두었다. 후배 라켓은 요넥스 신상 라켓(은색?)이었는데 요넥스 라켓을 잘 몰라서 모델명은 모르겠다. 굉장히 부드럽다는 느낌이 드는 라켓이었다. 약간 헤드헤비 라켓이라 비교적 살살쳐도 공에 힘이 실리는 마법의 라켓같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텐션이 52였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경기중 블럭 슬라이스를 몇번했는데 반발력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46파운드 쯤 되는걸로 착각이 들 정도로 부드러운 라켓이었다.
예선 두번째 경기는 연배가 있는 상대분이었는데 딱봐도 백핸드 슬라이스, 깔끔한 서브,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발리를 구사하시는 고수 분이었다. 이 분이 왜 예선 첫경기에서 1패를 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아마도 첫 경기여서 컨디션이 안올라왔었겠지'라 여기고, 신중하게 남의 라켓으로 두번째 경기를 풀어갔다. 막상 경기를 해보니, 복식을 위주로 치시는 분임에 틀림없었다. 발이 좀 느리시고, 포핸드가 굉장히 묵직했지만, 뻗는 공이라서 아웃되는 볼이 많았다. 나도 왠만하면 아웃콜을 관대하게 보는데 길게 나가는 공이 자주 발생해서, 나중에는 라인을 한번 확인해주는 상황도 발생했다. 예선 두번째 경기도 3그룹 대회임을 감안했을때 비교적 쉽게 이길 수 있었다. 진짜 예선 대진이 좋았다.
본선 1회전 32강에서 예선 조2위로 올라온 분을 상대했다. 퍼스트 서브는 플랫계열을 구사하고, 세컨 서브는 스핀계열로 t존에 어느정도 정확히 꽂히는 서브를 가진 상대였다. 난타를 몇번 쳐보니, 스트록 파워와 서브 등은 높이살만하나, 아무래도 구력이 좀 부족한듯 보였다. 경기를 시작하고, 매번 단식때마다 고장나는 나의 백핸드, 몇번의 어이없는 언포스 백핸드 스트록 에러를 범하고 나니, 더욱 소심해져서 내 백핸드는 어느덧 소녀style, 근데 왠걸 이게 먹히는거다. 내 짧은 소녀백핸드가 상대코트로 넘어가면 상대는 어김없이 포핸드 에러를 했다. 별 위기 없이 본선 1회전을 통과했다. 대회 진행을 돕는 신분이었기에 경기가 없으면 본부석에서 잠시 앉았다가 본부석 정리와 그때 그때 필요해 보이는 잡무를 병행했다. 화장실 청소와 추운날씨탓에 얼어버린 코트 이곳 저곳을 계속 주시하고, 보수할 곳은 적당히 보수하여 출전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는 일이 내 임무였다. 틈틈히 쓰레기장도 방문하여 미리 쓰레기통을 비우고, 분리수거도 해놓는등, 이게 대회를 나온건지, 청소를 하러 나온건지 헷갈릴 지경. 본선 1회전이 끝나고나서야 대진표를 살표봤다. 에? 근데 대진이 너무 좋은것. 부동의 랭킹1위 윤충식 형님을 비롯한 단식 최강자들이 죄다 왼쪽 박스에 몰려있고, 내가 속한 우측 박스에는 충주의 배상규님, 평택의 김윤진님, 우리 원주단테매의 최강자 평호형님 정도가 포진해있었다. 아 그리고, 내가 작년 여름에 4그룹 우승당시 결승에서 붙었던 깎신 김동욱님도, 라켓을 빌린 후배도 계속 연승중이어서 더 이상 후배의 라켓을 쓸 수가 없었다. 마침, 또 같은 클럽에서 운동하시는 형님이 신인부에 출전하셨는데 물어보니 안쓰는 라켓이 하나 있다고 해서 다행히 라켓을 빌릴 수 있었다. 이번 라켓도 요넥스 브이코어? 라서 아까 사용했던 후배의 라켓과 엇비슷한 감이었다.
본선 2회전 16강 상대로 웜업을 해보니, 충분히 해볼만한 상대라고 느껴졌다. 같이 대회에 나온 굿모닝 클럽 동생 태준이가 울산인가, 창원 대회때 경기를 해봤던 분인것 같다고, 난타를 쳐보니 이번 라켓은 아까 그 요넥스 보다 텐션이 더 낮은 느낌이었다. 감아칠때는 잘 안나가고 정타로 맞으면 탄도가 상당히 높이 형성되는 느낌, 경기를 시작하고, 어찌저찌 하다보니, 3:1, 4:1, 5:1로 리드를 하게됐다. 내가 잘쳤다기보다는 노애드를 많이 땃고, 바뀐 라켓탓에 제대로 스윙을 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그런 볼이 상대방에게 더 신경이 쓰였나보다. 상대방 분이 난타 칠 때 보다 에러를 많이 해주셔서 끝까지 집중만 하면 비교적 쉽게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랏? 서브가 맛이 갔다. 내가 서브를 어떻게 넣었는지 기억이 안나는거다. 라켓백을 이렇게도 해보고 , 저렇게도 해봤는데 어랏,, 도무지 서브가 들어가질 않는다. 서브가 안들어가기 시작하니, 오만 걱정이 다 들었다. 게임을 잃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대방 지인들이 뒤쪽 스탠드에 모이기 시작하더니 한 5분 정도가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경기자이었던 횡성 문회체육공원테니스장이 홈코트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서브도 고장난 판에 상대방 5명의 응원까지 더해지니 제대로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경기는 어느덧 5:4까지 추격당한 상태, 5:4에서 상대방 분의 서브를 브레이크 하지 못하면, 타이를 가게 될테고, 내 고장난 서브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천운이 따랐다. 상대방 분이 연거푸 에러를 해주셨다. 진흙탕 랠리를 펼치고, 내가 스매시를 끝내지 못하니 상대방 분이 로브를 들었는데 그게 베이스 라인을 살짝 벗어났다. 15:40 트리플 매치포인트다. 상대방 분의 서브가 꽤 준수한 편이셔서 들어오기만 하면 상당히 위협적인데 경기내내 퍼스트 서브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한 포인트 여유가 있으니, 상대방 서브를 강하게 찍어눌러 리턴을 했는데, 아웃. 30:40다. 노애드까지 가면, 분위기상 위험하다. 다행히 랠리 공방을 하다 상대방 분이 에러를 범하셨다. 6:4 흐름을 다뺏겼었는데 천운이 따라 간신히 이겼다.
8강 상대는 원주단테매 최고수 평호 형님 또는 깎신 김동욱님이다. 그런데 오늘 평호형님 경기력이 영 좋지 않다. 잡무를 보면서 이따금 1번코트에서 경기를 하는 평호형 경기를 힐끔힐끔 봤는데 계속 포인트를 잃었다. 마지막 매치포인트에서는 평호형 신발이 벗겨져서 신발 한짝을 코트에 내버려둔채 랠리를 서너번 주고 받았다. 마침 또 1번 코트여서 관중들이 배꼽을 잡는다. 깎신 김동욱 님의 승리, 어랏,, 깎신 김동욱님이라면 해볼만하다.
어느덧 저녁6시가 다 되었다. 새벽6시에 기상하여, 횡성에 도착하니 7시, 거의 12시간째 이러고 있다. 날씨도 상당히 쌀쌀하여 영하권의 날씨에서 하루종일 코트에 있으려니 체력소진이 만만치 않다. 작년 연말, 원주에서 개최됐던 3그룹 경기에서도 김동욱 님이 출전했었는데, 누구말로는 나와 결승을 했던 분이라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는 사람도 있고, 그때 봤던 김동욱 님의 기량은 내가 4그룹에서 이겼던 그분의 기량보다 훨씬 좋아보여서 나도 긴가민가했다.
경기가 호명되고, 깎신 님과 웜업을 시작했다. 평범한 구질의 랠리가 오고 갔다. 나는 충분한 휴식을 한 상태고, 상대방분은 평호형님과 혈전을 펼치고 오셨기에 체력적으로는 내가 훨씬 앞서 있었다. 8강 부터는 KASTA 규정에 의거 동절기 선수보호 차원에서 2:2에서 경기를 시작한다. 이 날 처음 알았는데 2:2 경기때는 원듀스 노애드 경기를 한다고,(근데 나는 깎신 님과의 경기때 바로 노애드를 했다 -_-;;) 8강에서 나는 깎신 김동욱 님께 힘도 써보지 못하고 패했다. 결과는 6:3(실제 스코어로는 4:1로 한게임을 겨우 딴것), 작년 여름에 내가 이겼던 그 김동욱 님은 어디에도 없고, 정말 철저한 깎신의 모습이었다. 놀라운 것은 백핸드 슬라이스보다 포핸드 슬라이스가 훨씬 위협적이었던것. 변명을 좀 하자면, 내 라켓으로 깎신의 슬라이스를 내가 자신있어하는 헤비탑스핀으로 더 괴롭혔더라면 결과는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라켓을 준비하지 못한 것도 엄연히 경기의 일부이기에 일말의 변명의 여지는 없지만, 사실 대진이 너무 좋기에 언제또 3그룹 입상권에 들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척 아쉬운 패배였다. 경기는 깎신의 포핸드 슬라이스가 내 백핸드쪽으로 짧게 떨어지는 상황이 많았고, 나는 백핸드 드라이브로 그 공을 응수 했지만 위협적이지 못하거나, 에러를 범하는 경우가 많았고, 경기 후반부에는 나도 백핸드 슬라이스로 응수했으나 역시나 스코어를 많이 뒤지고 있기에 위협적인 슬라이스가 되지못하고, 상대방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양상, 그러다가 나의 에러로 매치포인트를 헌납했다. 작년 여름, 내가 깎신을 이겼을때는 헤비 탑스핀으로 상대를 좌우로 뛰게하고, 힘없이 넘어오는 슬라이스를 네트대쉬후 발리로 끊는 작전이었는데, 이번 상대분의 대처는 슬라이스로 넘기기 보다는 로브로 공을 길게 튀어놓는 방법을 선택, 다시 베이스 라인 랠리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내가 상대방을 압박하기 전에 에러로 점수를 헌납하는 패턴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경기 중반, 깎신을 좌우로 흔들고 포인트를 올리고 난다음 상대의 체력을 상당히 저하시키는 과정을 만들어냈다는데 의의를 둔다. 다음에 만나게 되면, 서브 포인트 부터 더욱 압박, 헤비 탑스핀으로 좌우 드리블 후, 스매시나 발리로 확실히 마무리, 이 패턴이라면 이길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4강경기는 충주의 배상규 님과 깎신의 대결이었는데, 배상규님은 위에 언급한 정공법으로 깎신을 격파하는 저력을 보여주셨다. 결국 또 결승에 오른 윤충식 형님의 경기력과 배상규 님의 결승전 또한 보기드믄 명 경기였다. 윤충식 님은 8강부터 상당히 어려운 상대를 꾸역꾸역 이기고 올라오는데, 결승전까지 그 스태미너와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는 모습이, 이제는 경이롭다 못해 사람이 저럴 수 있나란 생각이 절로 들정도로 경지에 올라와 있었다.
대회를 무사히 잘 치뤘다. 원주단테매 이현민 회장님의 추진력으로 올해는 원주와 횡성 일원에서 매월 단식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원주에서 이제 매월 단식대회가 열린다니, 2018년 강릉에서 원주로 넘어올때 원주에는 단식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상당히 설랬던 기억이 여전한데, 어느덧 그 모임을 내가 2년간 운영하여 지금의 시스템을 안착시켰고, 후임 회장님이 이렇게 원주단테매를 잘 발전시켜 잘 운영하고 계시니, 참으로 뿌듯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테니스 라이프, 건강이 허락하는한 계속 이어질 예정이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 테니스가 결국 또 이 스포츠의 매력인것 같다. 언젠가 나도 3그룹에서 입상한 날이 오겠지, 가정을 잘 돌보고 좋아하는 테니스 라이프도 지금처럼 잘 영위하고 싶다.
'인세인 tenn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테니스서브] 어랏, 매커니즘이 잘못된게 아니었어? (1) | 2024.09.28 |
---|---|
[테니스 스트로크] 당겨치는것과 밀어치는것의 차이 (0) | 2024.09.23 |
[테니스서브] 팔꿈치는 어깨 뒤로 (0) | 2024.09.04 |
테니스장 운영 방안에 관한 정책제안 (1) | 2024.06.20 |
[테니스서브] 관절의 쓰임 (2) | 2024.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