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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호주오픈 정현vs조코비치 본선1회전 리뷰

인세인피지 2016. 1. 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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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테니스 역사에 또 하나의 굵은 획으로 기억될 역사적인 경기가 오늘 오후에 진행되었습니다. 바로 한국테니스의 희망 정현선수와 지구최강 테니스기계 세계랭킹 1위에 빛나는 조코비치와의 경기가 2016 호주오픈 본선1회전 로드레이버 센터코트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정현선수와 므흣하게 지켜보는 조코비치선수의 사진이 먼가 먹잇감을 바라보는 지리산 산군님같은 느낌이,,(어느산에 가건 산군님은 거디는게 아닌디)

 경기결과야 다들 아시겠지만, 큰 의미는 없습니다. 네이버 생중계로 시청하려고 컴퓨터로 접속했으나 실시간 6만여명이 접속해있는관계로 도무지 제대로 된 시청이 되질 않더군요. 평일 오후에 테니스 경기 시청자가 6만을 넘어섰다는 것은 그마만큼 오늘 경기가 테니스 동호인이나 일반일들에게도 큰 이슈였던것 만은 분명합니다. 잠시 채팅창을 스캐닝해보니, 다양한 비오피셜 정보들이 넘쳐나더군요. 필자야 사설도박 따위는 관심도 없거니와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순수스포츠를 지향하고 있지만 서도 도박사들의 예측은 사실 거의 틀림이 없기에 1.15가 넘는 역배당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저 수치가 정확한 건지 혹은 제대로 표기한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예측이 조코비치의 압승을 예상했지요. 또하나 눈여겨 볼 만한 댓글에는 정현이 이기는 날에는 전세계로 해당 뉴스가 송출될 것이라는 예측도 상상만으로도 필자를 즐겁게 하더군요. 그러나 결과는 3:0 조코비치의 압승이었습니다. 최근 세계랭킹을 51위까지 끌어올린 정현, 나름 필자의 견해(경기분석이랄것도 없습니다. 그저 느낌이니까요)와 향후 전략을 간략하게 논해보지요.

 

 

 

 스코어는 3세트에 가장 분전한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1세트가 가장 흥미진진했습니다. 1세트 초반은 2:2로 서로의 서브를 착실히 챙기며, 상대 서브를 브레이크 하려고 노렸지만, 아쉽게도 정현선수가 먼저 브레이크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정현선수도 세계, 아니 우주랭킹 1위 노박의 서비스를 브레이크하는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었지만, 여실없이 곧바로 브레이크를 당하며 1세트를 내주었습니다. 경기내내 정현선수도 스트롴 만큼은 절때 노박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특히 정현의 백핸드는 이미 세계 최정상급 수준에 올랐다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안정적이고 위협적이었습니다.

 

 

 경기스텟을 살펴보시면, 서브 에이스는 10개와 5개로 노박이 2배 앞섰지만 필자 입장에서 그 순도(값어치)를 따지자면 시기적절하게 적시적소에 에이스가 터져주는 모습이 정현과 노박의 차이였다라고 생각되어졌습니다. 항상 정현선수를 이야기 할 때 서브력의 강화를 보완과제 1순위로 꼽는데, 지금의 정현선수에게도 적용을 시켜야할지,, 끌쎄요. 불과 몇년사이에 정현선수의 랭킹이 급상승한것은 약점으로 지목되던 서브가 과거에 비해 괄목할 만큼 향상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서브폼이 아닌 비교적 단순화된(로딕식) 폼의 정현 선수 서브가 향후 얼마만큼 파워 풀하게 또는 예리하고 시의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발전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기 때문에 지금의 정현선수 서비스 폼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지 아니면 더 이상 서비스 폼의 큰 변화는 불가능한 수준인지는 정현선수 코치진에 달려있다고 봐야겠지요. ATP투어 수준에서 200km 전후의 플랫서브와 180km전후의 스핀을 구사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을 몸소 테니스 기계 노박선생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서비스 파괴력을 따지자며 노박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플랫 서브 최고구속도 200km를 상회하고 평균 190km를 유지하기 때문에 충분한 각과 로테이션만으로도 서브 에이스를 따낼 수 있는 기본 파괴력은 갖추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에 반해 노박의 보다 진보한 서비스는 200km 대 서비스를 가지고도 경기를 주도할 수 있다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점차로 노박은 서브에 들이는 힘을 빼고 넣는 기분이 들어집니다. 마스터즈보다 경기시간을 길게가져가는 메이져 대회에서 노박의 체력이 더욱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꾸준히 힘을 들이지 않고 강력한 서비스를 넣을 수 있다는 점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노박은 2011년이후 차용하고 있는 현재의 서비스 자세를 바탕으로 굳건한 세계 1위의 위엄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마만큼 노박의 서브도 이제는 페더러의 그것과 같이 칭송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첫서브 확률은 60% 이상의 확률로 적절했다라고 느껴지지만, 경기력 좋은 날의 노박은 70%를 상회하기 때문에 본선1회전임을 감안할 때 양측 다 보통 수준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아, 그런데 서브 최고시속을 보니, 오늘 노박이 서브는 200km 를 넘은 적이 없네요. 경기장내에 설치된 전광판에 200km이상을 본것같은데 좀 다른가 봅니다. 오히려 최고구속은 199km를 달성한 정현의 서브가 더 강력했네요. 결국 200km 대 서브를 구사한다면 서브의 파워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220km이상의 서브를 구사하는 선수들의 경우에는 얘기가 또 달라지지만요.

눈에 띄는 경기기록 중 노박의 네트플레이 시도와 성공률입니다. 100%네요. 정현선수가 좋은 코스의 스트록을 구사하고도 함부로 네트대쉬를 하지 못했던 부분은 확연한 네트플레이 수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네트플레이가 뛰어난 선수에게 불보듯 뻔한 결과를 예상하면서 대쉬하기란 여가 어려운게 아니란 얘기죠. 그러나 정현선수도 경기초반부터 상당히 적극적인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허를 찌르는 쇼트나 코너로 몰렸을 때 로브를 올리기도 했으나, 그 타이밍이나 코스의 예리함이 노박의 것에 비해서 현저히 무뎠던것이 사실입니다. 보통 노박의 경기스타일은 직관적이지만 굉장히 안정적이고 굉장히 위협적(aka 무시무시)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스타일이었던 반면, 정현선수의 경기운영은 탄탄한 베이스를 가지고 있으나 아직은 경기운영면에서 노박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에러확률과 위너는 3:0 스코어를 봤을 때 보나 마나 뻔한 수치이지만, 코트커버력 만큼은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력을 보인 노박이 정현보다 많은 거리를 뛰었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1세트 초반은 치열한 스트로크 양상을 보여 거의 대등한(엄청난) 경기력을 보여 조코비치를 당황하게 할 정도였으나, 2세트와 3세트로 가면서 조코비치의 쇼트나 와이드/앵글샷에 거의 스텝을 움직여보지도 못하는 샷이 많아졌습니다. 이 또한 기술적인 현격한 차이라기보다는 1세트와 다른 2, 3세트의 노박의 경기운영과 스테미너 차이에서 오는 격차로 보여졌습니다. 2, 3세트에 비교적 스트록이 짧아지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노박이 보다 큰 각의 스트록으로 정현선수를 무장해제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2미터 이상의 커버력은 정현선수의 유연성도 노박 못지 않다는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1세트에 보여준 정현의 경기력은 흡사 정현의 커버력이 노박의 커버력과 오버랩 될 정도의 능력치를 보였기 때문에 1세트에 한국의 시청자들을 경악(기대)시켰는지 모르겠습니다.

 

 

 서브 스탯을 보더라도 몇가지 눈여결 볼 정보가 담겨져 있습니다. 일단 서브 평균 구속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이상 정현선수의 약점이 서브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지요(세계랭킹 51위에게 약점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노박은 첫서브 포인트를 확실하게 챙겼다는 데이터가 나옵니다. 상당히 효율적인 경기운영을 했다는 것이지요. 반면 정현은 자신의 서브기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미없는 포인트 획득이 많았다고 보여집니다. 확실히 탑랭커들의 서브는 경기를 끝내야 할 때나 반드시 위기를 극복해야할 때는 확실한 서브 에이스로  경기를 매듭짓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과거 정현과 주니어 라이벌 이었던, 호주의 키르기오스가 현재는 탑10 안에 들어갈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그의 시의적절한 강력한 서브에이스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키르기오스의 서브는 215km 이상을 선회하는 조금더 서브친화형 선수입니다.)

 

 

 리턴 포인트 역시 압도적입니다. 정현선수의 서브도 노박의 서브와 데이터 상은 큰 차이가 없지만, 리턴 포인트 차이는 엄청납니다. 조금더 예리하고 적절한 로테이션(커맨드)을 사용해야한다는 뜻이지요.

 

 

 세계랭킹 1위 노박을 상대로 스트록을 분석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은 오늘 경기를 관전했던 느낌만을 옮기자면 정현선수의 스트레이트 다운더라인이 조금 미완인듯하다고 느껴졌습니다.(물론 지구최강 노박과의 스트로크 공방중 다운더라인을 뽑아낸다는 것은 쉽지않은 문제지만요) 경기후반 완벽한 찬스에서의 백핸드 다운더 라인도 보는 이를 긴장하게 할 만큼 빗맞는 경우도 있었고, 찬스볼도 (발리포함) 네트에 박는 경우도 한두차례 연출되었습니다. 아마 전체적인 경기의 주도권, 혹은 주도력이 노박에게 있었기 때문인 아닐까하는 조심스러운 예상을 해봅니다. 또한 1세트 부터 완벽한 위닝샷을 보여도 될 상황에서 쇼트를 놓는다는지 다양한 상황을 연출한 것은 좋은의도였으나, 뭔가 막강한 스트록 능력으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점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기막판 완벽한 스매시 찬스를 노박의 정면으로 친 것도 그만큼 여유가 없었을 것이란 예상으로 귀결됩니다.

 

 노박의 서브는 슬라이스를 베이스로 상당히 꾸준한 속도를 보입니다. 아마 듀스와 에드 우상단을 플랫으로 공략하는것 외에는 대부분 고속슬라이스로 구사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반면 정현선수는 플랫서브의 정확성이 경기초반부터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세컨서브 기회를 많이 접해서 그랬는지 세컨 스핀서브는 안정적으로 구사되었지만, 역시 코스자체가 듀스/애드코트의 센터(정중앙)로 다소 밋밋하게 형성되어 노박에게 큰 위험이 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리한 1st 서브 코스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경기운영을 이끌었던 노박.

미디움랠리 능력만큼은 세계정상 노박의 능력치를 상회하는 가능성을 다시한번 보여준 정현의 스트록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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