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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계획을 학생들에게 공개하라

인세인피지 2016. 3. 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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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를 맞이하면 교사들에게 '진도표'를 작성하라는 과제가 주어진다. 말그대로 진.도.표 다.

교육을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대략 무엇을, 어떻게, 어떤 순서로, 얼마만큼의 분량으로, 얼마간 가르치겠다는 계획이 세워져야 하는데 나선형 교육과정[각주:1]으로 구성된 소위 주지교과(국, 영, 수, 사, 과)는 진도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우리 교과에 비해 비교적 적기 때문에 부러울 때도 있다.

7차 개정 교육과정 부터 '통합'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더니, 소위 비주지교과(음미체)인 예체능교과의 학문적 위계가 그 누구의 동의 없이 학자들에게 의해 통합 되어져 버렸다. 그 옛날 선현들이 우리의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질 않았나, 그러나 작금은 교육이 국가를 이끌어나가야함에도 교육이 정권의 교체나 시대적 흐름에 따라 휘청거리는 꼴이 되어버린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안타까운 일이다.

통합, 소통, 인권, 평등, 자유,,,

참 좋은 개념들인데(위의 가치를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그 운신의 폭을 조절하는가가 결국은 가치를 발현시키는 미학이 아닐까 생각한다.


 진도표를 작성하기 전에, 작년부터 신학기에 학생들에게 배포하고자 마음먹었던 학생들을 위한 진도표 '수업으로의 초대장'을 공유한다. 체육교육에서 유명한 최의창 교수님의 '하나로 수업연구회' 소속은 아니지만, 좋은 자료는 충분히 활용하고 좋은 가치는 소속이 아니어도 공감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끄러움 없이 거의 모든 폼form을 카피했음을 밝히며, 좋은체육수업에 대한 열정으로 많은 도전과 귀감이 된, 경기도좋은체육수업 나눔연구회 조종현 선생님의 form을 차용한것을 다시한번 밝힙니다.




학군 45기로 막 소위 임관을 하고, OBC(소대장 교육)를 받으러 전남 장성의 육군보병학교에서 4개월을 보낸 경험이 있다. 4개월간은 아무 생각없이 소대장 임무수행에 필요한 이론 및 실습 교육이 진행되는데, 그때 내가 놀랬던 것은 우리가 앞으로 배울 내용과 평가에 관한 계획이 아주 일목요연하게 막사 입구 게시판에 '총계획-월간 계획-주간 계획' 순으로 망라되어 있었던 것이다. 12년동안 경험했던 세계최고의 교육열을 가진 대한민국 교육기관에서 조차 간과하는 '교육계획 게시'의 중요성을 군대에서 그 가치와 효과를 알고한건지 하라니깐 한건지, 해왔으니간 한건지, 해야하니깐 한건지 모르겠으나 제대로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1천명이 넘는 보병 동기들 중에서도 그 게시된 교육계획서를 유심히 관찰했던 친구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익숙하지 않았고, 그 게시된 교육계획의 중요성(학습에의 도움)을 몰랐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네 교사들이 제대로된 교육계획을 세우지 않고 두서없이 교육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든 계획을 완벽히 세우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10년 이상된 교육계획을 연도만 바꿔 구태의연하게 사용할지언정 무계획의 교육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학생들에게 이 계획을 공개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연간계획-학기별 계획-월간계획-주간계획-진도별계획을 학생들에게 계획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마치 최근에 K본부 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장영실'에서 나온것과 같이 백성들이 시간을 알게 되면 더 이상 시간은 임금이나 사대부가 내려주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백성들이 알게되어 왕과 사대부들의 존엄을 잃게되고 기존사회질서(기득권)의 붕괴를 우려하던 것과 같이 학생들이 교육계획을 알게되면 더이상 수동적인 자세를 버리고, 수업에 엄청나게 능동적으로 참여해버리고, 기존 계획과 다른 수업을 진행하게 될 때 학생의 동의나 정당한 절차를 밟지않고 교육계획이 수정되었다고 컴플레인을 걸고, 게시된 계획에 따라 학생이 자기주도적으로 예복습을 실시해왔는데 선생님이 수업진도와 계획을 무시하는 바람에 자기주도적학습 패턴이 엉망이 되었다며, 교사를 소송하기에 이르는 등 학생의 수업진도에 대한 관심이 교사의 자율적 수업 운영에 대한 간섭으로 변모할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물론, 슬프지만 웃자고 하는 얘기다,,,,)

왜 학생들이 수업에서 수동적일까, 학생들의 의사결정권을 둘째손 치더라도 학생들이 수업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상태에서 어떻게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수업계획에 대한 정보가 없는한 수업에 열심히 참여는 할 수는 있어도 현재상태라면 수업에의 능동적 참여는 애시당초 불가한 구조란 것이다.

* 처음에는 방과후 수업을 예로든 보편적 복지에 대한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얘기가 산으로 갔네,,,, 다음에 또 생각나면 적어봅시다. 씨유~

  1. 교육 주제의 위계가 있는것. 생물을 배우고, 동식물을 배우고, 동물중에 포유류를 배우는 것과 같이 일련의 기준에 의한 위계를 갖춘 교육과정.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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