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계당으로 이사온 뒤 두번째 봄을 맞이합니다. 아침햇살과 싱그러운 풀내음으로 시작하는 옥계당의 하루는 평온하고 holy스럽기 까지 합니다. 오늘은 세컨하우스 옥계당의 예비입주자로서 텃밭가꾸기에 대한 소양을 미리 길러보고자 관사텃밭에 약간의 작물을 재배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주완맘은 혹시라도 주완에게 탈이 날까봐 많은 음식을 가리도록 하지만, 아빠맘은 빨리 이것저것 먹여보고 싶기에 종종 의견이 부딪치기도 합니다.
금요일 저녁, 요즘부쩍 피곤한 아빠를 위해 주완맘은 소면과 골뱅이 무침을 차려냅니다. 덩달아 신이난 주완, 요 몇일전 아가용 국수를 먹어보았다고, 국수가락을 가지고 제법 진지하게 놀고 있습니다. 물컹물컹하고 미끈한 느낌의 국수가락이 처음에는 낯설어 보였지만, 이내 곧잘 가지고 놉니다.
토요일, 미세먼지와 황사가 강릉을 위협해도, 강릉 솔향수목원은 괜찮겠지란 마음(믿음)으로 고고고, 아빠의 핸드폰 카메라 화질은 왜 이럴까요. 그냥 황사미세먼지 필터를 적용했다고 치지요.
수목원의 압권은 단연, 튤립이었습니다. 마치 커다란 과일같은 튤립봉오리가 얼마나 탐스럽던지, 아빠와 엄마의 맘을 단번에 사로잡았습니다.
옥계 5일장에도 묘목이 있지만, 성격이 급한 아빠는 그길로 바로 강릉중앙시장으로 향했습니다. 방울토마토와 상추, 청양고추 등을 사들고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물어보나 마나, 아빠도 잘 모릅니다.
토요일만 해도 제법 쌀쌀했기 때문에 주완은 꽁꽁싸메여져 있습니다.
주완앞에 빡빡이 어린이가 서있습니다. 돐잔치가 끝나면 주완도 빡빡이를 할거기 때문에, 주완이는 지금 경직되어 있습니다.
시장에서도 너무 젊은 부부가 묘종을 사가니깐, 신기해하고 대견해 하시기까지 합니다.
8,000만원 어치의 작물을 구매한 것 같은 느낌적인 기분을 한아름 안고 옥계로 돌아옵니다.
일요일, 마침 교회 점심이 준비가 되지 않아 강릉 교동택지 '요남자'로 향합니다. 주완맘의 많은 사람이 있을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갑니다. 일요일 점심은 보통 외식을 잘 하지 않지요.(일욜 점심은 짜빠게티 먹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나름대로 잘 논던 주완은 창가였던 자리가 더웠는지 짜증을 부리고, 이내 쿨쿨 잠에 듭니다. 덕분에 아빠와 엄마는 3인분에 버금가는 음식을 정말 오랫만에 배터지게 먹습니다.
강릉의 한낮 기온이 20도에 육박합니다. 튼튼이 주완은 튼튼하기 때문에 더위를 많이 타나봅니다. 벌써 초여름 날씨를 보이는 강릉의 일교차는 무섭습니다. 주완은 나시티를 한장 걸치고, 통통한 배를 두들기면서 깊은 잠에 듭니다.
오후, 옥계당 텃밭에 준비해둔 작물들이 심어집니다.
나름 도시에서 자란 아빠는 이 모든게 생소하고 신기합니다.
작년에도 텃밭에는 작물이 심어졌었고 수확을 해보았지만, 그때는 우리가 심은 작물이 아니었기에 소중함이랄까요. 자부심이랄까요, 그런것을 느낄 수 없었는데, 올해는 다릅니다.
우리가 직접 심은 작물을 수확하는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땡스기빙스런 느낌이랄까,,암튼 수확에 대한 기대를 갖는 것은 올해가 처음인지라, 아침마다 작물들이 자라 올라오는 것을 보면 신기하고, 퇴근할 때마다 자연스레 텃밭을 둘러보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가족은 또 텃밭 가꾸를 해냅니다.
이상하리만치 옥계만 들어오면 춥습니다. 분지라서 그런걸까요. 무튼 옥계당은 좀 춥습니다.
방울토마토도 심고
(인물사진용 단렌즈를 끼고, 대자연을 찍으니 카메라AI가 포커스를 맞추기 혼란스러웠나봅니다, 순간 핸폰사진인인줄)
청양초도 심고
심고 난 뒤에는 꼼꼼히 물도 듬뿍부어줍니다.
이래서 밭일을 하다보면 허리가 아픈가봅니다.
그래서 아빠는 또 생각합니다. "소작농으로 어림도 없겠어, 역시 농사는 기업형이지"
생각은 자유니까요
이런 아빠가 10년후엔 트랙터를 몰고 다니진 않을까 심히 염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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