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내내 이런이유 저런이유로 잠이 부족했고, 뭔가 안정되지 않는 상황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했었다. 때마침 장거리 출장이 잡혔고, 가족을 동반한 고향방문 겸 장거리 출장은 이내 내몸에 때아닌 몸살감기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출장 복귀 다음날이 나름 심혈을 기울였던 2017 강릉시 학교스포츠클럽 탁구종목 대횟날인데, 이런젠장 지독한 감기다.
토요일 당일 몸살감기로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옥계중 탁구 대표 6명을 말끔이 정리된 싼붕이에 태운다. 경기장소인 관동중학교 체육관으로 싼붕을 몰고 간다. 이따금 느끼는 거지만, 내 차가 7인승이란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다.(부모들께 직접 연락하지 않는한 아이들을 통해 차량을 섭외하는것은 다년간의 경험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체득, 그러나 교사입장에서도 부모만큼이나 교사와 학부모 간의 통화를 시도한다는게 그리 편하지많은 않다.)
작년에는 3학년과 1학년 학생들을 훈련시켜 대회에 출전시켰었다, 당시 우리학생들의 기량이 입상권도 아니었거니와 강릉 시내권 학생들의 벽이 너무나도 높아보여 탁구를 포기해야하나 라는 생각도 했을정도였다. 올해는 꾸준한 훈련으로 작년에 비해 그 학생들 기량이 많이 향상되었으니 감독인 나와 학생들 모두 시대표 선발에대한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5개 학교가 출전하여 풀리그를 돌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것으로 예견되어 심플하게 8강 토너먼트를 제안했다. 대진추첨에서 운좋게도 3팀만이 얻을 수 있는 부전승(bye)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부전승을 통해 우리학교는 홈팀인 관동중학교와 4강전을 치루게 된다.
부전승을 얻지 못한 강릉중과 율곡중의 경기를 관찰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강릉중학교는 예전의 실력이 아니었다. 게다가 선수1명이 과거 초등학교에서 탁구선수로 등록되었던게 밝혀진터라 강릉중은 에이스를 잃고 경기에 참가하게된 상황, 강릉중의 상황은 그야말로 악몽
그러나, 놀라움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올해의 주인공은 율곡중이었던 것이다. 작년에도 한 두명의 선수가 두각을 나타내긴 했지만, 올해는 6명 전체가 전반적으로 고른 실력을 보이는게 아닌가, 선수단을 인솔한 지도선생님께 물어보니,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인근 탁구장을 다닌다는 것이다.
아, 망했다.
이제 배드민턴에 이어 탁구까지도 사교육의 힘이 발휘되는건가, 탁구장에서 개인레슨 뿐 아니라 어른들과도 시합을 벌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방과후 정도로 배우는 우리 수준으로는 도저히 당해낼 제간이 없다.
그래도 관동중 정도는 어떻게 비벼볼만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오더를 제출했다.
가장 일반적인 오더는 이렇게 내겠지, 대장(1)-중장(2)-단식(1)-단식(2)-소장(3)
오더가 발표된 순간, 아아아앙아아아아앙앙아아아앙아 또 망했다.
관동의 오더가 더 좋게 들어갔다.
1조에서 우리 3장과 그들 2장이 맞붙었다.
2조에서 우리 1장과 그들 1장이 맞붙었다.
3조 단식 1경기에서 우리 단식2장과 그들 단식1장이 맞붙었다.
친하게 지내는 상대학교의 오더작성자 체육샘을 우습게 봤던게 화근이다. 관록의 선배교사선배님들이 서포트를 해주실 줄이야,,, 역으로 당한꼴,,,
어떻게 됐겠는가, 0:3으로 떡실신,, 허무하게도 이렇게 말이다.
단일 토너먼트이기에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학생들에게 경기 경험이라도 갖게해주자는 취지에 잔여경기를 다 치루기로 했다.
4조 단식 2경기에서 우리 단식 1장과 그들 단식 2장이 맞붙었다. 첫 승리
- 우리 단식 1장이 상대 단식 1장을 만났다면 승산이 있었을까? 자신없다..
5조에서 우리 2장과 그들 3장이 맞붙었다. 이마저도 져버렸다.
최종 스코어는 1:4 , 돌아오는 길에 제출한 오더에 관해 고민해봤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러나 저러나 승산을 기대하기는 당초에 어려워 보였나보다.
대회 당일 오더를 제출하려고 봤더니, 최근생각했던 페어가 아닌 중중약의 페어로 훈련을 하고 있는게 아니가, 강중약 페어를 맺는게 가장 일반적인데,, 훈련 막바지에 거의 참여를 하지 않았던 선수들끼리 페어를 묶어줬어야했나란,, 아쉬움도 남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 스스로 몸상태가 너무 좋지않아 그런 여유 따위를 부릴수 없었음은 더욱이 아쉬움을 남긴다. 감독의 몸관리도 중요하다.
우리는 다시 먼길을 가야했기에 결승을 관전하지 않고 떠났다. 그렇지만, 율곡중이 우승했으리라
일요일 아침이다. 앓아 누운지 사흘째, 그래도 오늘은 그간의 이틀보다는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침대에 누워 곰곰히 생각해본다.
옥계중학교로 전근온지 3년차, 1년차에는 겁도없이 축구와 농구, 넷볼을 2년차에는 탁구를, 3년차에는 다시 농구, 넷볼, 탁구를 지도했다. 아직까지 단 한 종목도 시 대표에 선발되지 못했다. 이전 학교였던 강릉중에서 매년 5~6종목의 선수단을 이끌고 강원도대회와 1~2종목을 전국대회에 데리고 갔었던 기억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성적표다.
해가 거듭될수록 현실을 재차 인식하며, 큰학교가 출전하지 않는 종목, 그러면서도 내가 지도할 수 있는 종목을 찾아나선다. 이른바 블루 오션 전략이다. (물론, 작년과 같이 아예 출전선수를 육성할 자원이 없어 출전하지 못했던 해도 있지만)
아마 이러한 풍경이 우리네 대입입시와도 오버랩 되는것 같다. 당초에는 지역불균형 해소, 도농간 격차 완화, 농산어촌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균등을 모토로 도입된 수시, 농어촌 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많은 종류의 대입제도가 자본으로 무장한 사교육 러시로 결국은 그 도입취지를 서서히 잃게 된것처럼 말이다. 너무 비약인가?
그렇다고 학교스포츠클럽에 출전하는 학생들은 동네 탁구장에서 개인훈련을 하면 안되는가?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대입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사설 입시학원에 등록하면 안되는가?
내가 어릴적 어느 지도자는 기회보장의 균등차원이었는지 지자식 챙기기의 일환이었는지 누구도 사교육 받지 못하도록 이를 아예 법제화 시켰었다는데, 이 사람 천재인가?
이 천재적인 법안만이 과연 해답이었을까?
1.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노동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그에 따른 경제적 보완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것 같다.
대입 제도를 아무리 바꾸어봐라, 사교육시장에서 1년만에 섭렵해버리지 - 그들은 직업적으로 대입전형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밥벌이로 대입전형을 연구하는 단체를 이겨낼 재간이 있는가
2. 모두가 대학을 가야만 한다는 강박을 깨버려야 우리사회가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사회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공부를 잘하면 인문계고 진학, 공부를 못하면 실업계고 진학이라는 편견을 주입한다. (대체로 그렇다는 얘기다)
- 포스팅에 오탈자가 너무 많아 마침 글을 수정하고 있는 통에 관련 기사를 보게 되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7/02/0200000000AKR20170702044900098.HTML?input=1195m
- 고교교육과정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 인문계고에는 대학입시를 준비시키는 과정인가? 17~19세 학생들의 사회진출을 단지 제도적으로 막아서고 있는 혹은 보류시키고있는 장벽으로 느껴지지는 않는가? 이런생각도 해봤다. 중학교 졸업이후 바로 전문교육을 받는다면, 그후 바로 사회에 진출해 스스로를 부양해야할 의무를 지어준다면, 사춘기라는것이 과연 올 수 있을까? 사춘기의 감성마져 빼았아 버리는 무감성 정책인가? 한창 창의성과 도전, 에너지로 무장한 애들한테 대입이라는 국가적이고 사회적인 책임의 멍에를 지워주고선 좋은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면 루져라고 단정짓는 이 사회제도보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에 각 전문분야의 기술과 지식을 익힌뒤 20살 무렵부터는 스스로를 부양하는 책임을 지우게 하는게 더 건설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3. 사회에 나가면 대졸출신들은 으레 화이트칼라로의 미래를 꿈꾼다. 어느 누구도 블루칼라에 대한 시선을 곱게 보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화이트칼라로서의 삶은 위너고, 블루칼라로서의 삶은 루저인가
- 어짜피 전문기술과 지식을 익히는 고교교육과정 속에서도 서열을 발생한다. 노력과 열정, 그리고 재능이라는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 과정에서 앞서나갈 것이고, 누군가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뒤쳐짐이 발생할 것이다. 결과에 따른 보상으로 누군가는 같은 분야에서 조금더 나은 조건의 직장이나 사업을 벌여 고소득과 명예를 얻을 것이지만, 누군가는 그에비해 못한 소득과 불명예를 얻을 수 있다.
- 그렇지만 부와 명예가 꼭 '성공'이란 기준의 잣대일까, 그 기준이 그져 '행복', 그저 '부족함 속에서의 만족'이라면 어떨까
4. 그렇다면 위너와 루저를 구분짓는 기준은 무엇인가. 경제적 보상인가? 업무상 육체노동의 유무인가?
- 홍준표 전 경남지사 얘기했던 '노동귀족'들 :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을 일컫는것으로 보인다. 근무환경에 비한 임금이나 복지 수준이 일반적인 중소기업들의 그것과는 비교할수없을만큼 여건이 좋기에, 이렇게 불리나보다(물론 예전부터 알고있었지만)
- 사람들은 중소기업에서 일하기는 꺼려하지만, 현대기아차 노동귀족이 되려고는 안달이다. 좋게얘기하면 육체노동의 유무보다 <경제적 보상이 우선시 되고있다는 얘기. 쉽게얘기하면 같은 노동으로 혹은 더 적은 노동으로 더 많은 임금을 준다는데 누가 마다하겠느냐는것. 거기에 쉽게 해고되지도 않을 강한 노조의 뒷백과 심지어 귀족의 지위를 대물림할 수 도 있는데 누가마다할까
5. 다시 또 제자리, 그래도 소득격차가 발생할 것이다. 그에 따른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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