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연히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김제동의 톡투유라는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었다. 그동안 그래왔듯 말잘하는 국가대표 김제동 선수가 나와서 사람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주는 그런 프로겠거니 하고 채널을 다시금 돌리려하는데, 어랏??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것 아닌가? 신선했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관객과 함께할 수 있는 강연이 가능하다니, 언제가 나도 꼭 써먹어봐야겠다고 뉴런 저 깊은곳에 keep
지난 여름방학에 춘천에서 체육교사를 대상으로 거꾸로 수업 관련 강연 기회가 있을 때 발표방법에 관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강연을 할 것인가. 이때도 이 톡투유 방식을 써먹어 보려 했으나, 사실 나보다 훠얼씬 나이 많은 선배교사들 앞에서 그런 재간을 떨 자신은 없었고, 최근 개정교육과정 전달연수를 준비하면서도 당초에는 교육과정 개정에 관한 신랄한 비판을 곁들이려 했을 때도 이 방식을 사용하려했으나, 그 역시도 잔칫날에 불지르는 격이라, 아껴두고 있었을뿐.
최근 피서철도 다 지났는데 9시 공중파에 강릉이란 지명이 직접적으로 거론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강릉 여고생 폭행사건
강릉 여고생 무면허 음주사고
학교에서 맡고 있는 직책이 직책인지라, 서둘러 학생안전교육을 계획했다.
이름하야 ' 신학기 학생안전교육(학교폭력 예방, 교통안전, 지진 등 재난안전)'
학교폭력은 그렇다 치고, 교통안전은 뭐냐,, 얘들이 무면허 운전을 했다니깐, 연관지은거고, 요즘애들 오도바이에 슬슬 관심갖을 나이 이기에 교통안전 포함. 마침 공문에 요즘 지진안전교육 주간이라길래 한큐에 끝낼 생각으로, 술술술~
컨셉은 이렇다. 먼저 지진안전교육은 기상청에서 제작한 10분짜리 동영상을 틀어주라고 공문이 왔던데 그 영상보다 안전한 티비에서 만든 7분짜리 영상이 훠얼씬 퀄리티가 고급져 그것으로 틀어줌. 일목요연하고 정갈 맛깔나는 구성에 아주 구냥 내가 더 잘배웠다.
학교폭력 예방과 교통안전교육은 구글 프레젠테이션으로 대충 시커멓게 어두운 분위기만 조성했고, 관련 뉴스 동영상과 학교폭력 근절 동영상을 띄워주면서 준비된 사람이라는 느낌을 팍팍시전
자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 김제동의 톡투유 방식을 활용하자
소년법 폐지와 관련한 설명을 곁들이면서 너희들의 생각이 무어냐 물으니, 참을성 없는 친구들이 곧바로 찬성, 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이래서는 기존의 방식과 다를바가 없음.
선생님이 원하는것은 대답이 아니라, 이 질문과 관계된 너희들의 생각을 핵심단어로 표현해봐야
아,, 애들한테는 조금 버거운가, 이윽고 들어올려진 화이트 보드에는 '찬성'이라는 단어만 빼곡하게,, 아 내가 원하던건 이런게 아닌데
(짧은 순간이었지만 질문을 잘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더 현실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선후배간의 관계는 어떻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주 직관적인 질문을 던졌더니 일부 학생들은 내가 미쳐 예상치못한 강속구를 던져왔다. 나도 참관하던 동료교사들도 당황할 수 밖에 없는 뜻밖의 의견들, 순간 아아아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아아아아, 바로 이거야야야야야
그리고 비장의 질문을 던진다. 건의사항을 적어보라는 것
금기시 됐던 판도라를 열어제낀 셈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김제동의 톡투유 제작진에게 고마워 해야할 상황이다.
톡투유 방식의 안전교육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요인으로 세가지를 꼽겠는데
1. 적절한 학생수 : 전교생이 45명
2. 완벽한 인프라 : 무선마이크도 4개나 있었고, 장소도 컴팩트 했으며, 심지어 미니 화이트 보드와 마카도 충분히 구비하고 있었다
3. 그리고 관계성 : 나는 더 이상 학생들의 행동에 혈압을 올리지 않는 고급 테크닉을 익힐 수 있게 되었다. 의도치 않게 이 기술은 학생들로 하여금 학생부장인 나를 그닥 어렵지 않게 대할 수 있게하는 관계성을 형성했는데 이게 일종의 '래포'로 여겨도 될 것 같다. 애들이 적정선을 지키며 내게 서슴없이 본인의 의견을 피력한다.
안전교육 당시를 회상하면 아직 1학년들에게는 내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인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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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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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난 쉬운 남자가 아니니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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