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저널/ETC works

인터뷰(18.11.06.)

인세인피지 2018. 11. 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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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우리학교 1학년 학생 3명이 팀을 이뤄, 나를 인터뷰 하겠단다. 혹시라도 내가 거절할까봐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눈치, 인터뷰 취지를 들어보니 국어 수행평가의 일환인것 같다. 딱보니, 과목별 선생님들을 리스트에 올려놓고 조별 취사선택한듯하다. 거절할 이유도 없고, 거절해서는 안되는 인터뷰 요청인것 같다.

승낙은 했는데, 얘네들이 언제 인터뷰 하겠다는 말도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교무실을 뛰쳐나갔다. 이건뭐지

 

그래도 인터뷰이니, 사전에 콘티를 짜놔야겠다는 생각, 우선 인터뷰지를 공유한다.

일부러 느낌있게 보이려고 잘 안보이게 찍었다. 자세히 보실분은 클릭하시길

 

다음은 예상 콘티이다.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하자

Q1) 학생기자 : 체육선생님이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체육교사(이하 피지컬에튜케이션티처 PET) : 이 질문은 상당히 할말이 많은데 우선 나는 교사가 되기 위해 체육대학을 입학한 것은 아니다. 초중고 운동을 좋아하고, 또래보다 조금 운동기능이 좋았던 나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해에 수능시험을 치뤘다. 일반계열 문과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고 어려서 한번 장래희망이 꺾인 후로 특별한 장래희망이 없었다. (지금에 비하면 당시 학교에서 행해지는 진로교육의 수준은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냥 수능보고 서울에 있는 대학중 경영학과에 진학할 예정이었으나, 그만한 수능점수가 나오지 않자 친구들의 권유와 부모님과의 면담을 통해 체육대학으로 진로를 결정했다. 체육대학을 졸업하면 뭐가 되는지도 몰랐다. 그져 누구나 대학을 가니깐 나도 어떤 대학이든 가야한다고 생각했던것 같다. 지금생각하면, 거참 이상한 결정이었다.

대학을 다니다 보니, 1학년 2학기 때인가, 우리과 출신 선배라고 소개하며 현직 체육교사라 한다. 그 선배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별도로 마련하여 모두가 경청하는 모습을 보니, 체육교사가 된 사람들을 은근 존중하는 분위기라는 것을 감지, 나도 졸업하면 체육교사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전공에 '교육'자가 붙은 과를 진학해야 교사가 되는 관문인 임용시험을 치룰 자격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래서 그때 나의 아버지가 체육대학을 선택할 때 '교육'자가 붙은 과를 지원하라고 뼈때리는 조언을 해주셨나보다, 라고 나중에 알게됐다.

그래서 공부했고, 그래서 합격했다. 그래서 지금 여러분들을 가르치고 있다.

 

Q2) 학생기자 : 체육선생님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A) PET(펫 같아서 뭔가 이상하다) : 앗? 인터뷰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다보니, 앞서 1번에서 일부는 얘기를 해버렸다. 대략은 위를 다시한번 참조하고, 직선 루트를 얘기해주마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교육공무원 채용은 '교원임용시험'을 봐서 합격해야하는데, 임용시험을 보려면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야한다. 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가지 인데, 주된 한가지 방법은 전국의 대학에 산재해 있는 체육'교육'과를 졸업하는것 반드시 '교육'자가 붙은 과를 졸업해야한다. 서울대 체육교육과든 카톨릭 관동대 체육교육과든 졸업하면 그 자격증은 똑같은 효력을 발휘한다. 두번째 방법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교육대학원에 진학하여 '교직이수'를 하는 방법인데, 자세한 방법은 그때 되면 알게되있다로 마무리하자. 또한 체육대학을 입학하려면 최소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체대입시 준비'를 시작해야한다. 또는 어려서 부터 소위 초중고의 운동부 소속으로 전국대회에 입학하여 특기자 자격으로 체육대학을 입학하는 방법도 있다. 더 자세한 사항이 궁금하거든 따로 선생님께 올것. 참고서를 안내해 주겠다.

 

Q3) 학생기자 : 체육선생님은 저희학교(우리는 같은 소속이니깐 '우리'학교라고 쓰는게 맞는걸로 알고 있다) 학생들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첵교사 : 대뜸 너희들의 태도에 대해 논하라고? 당황스럽지만, 내가 또 학생부장이다보니, 충분히 언급할 자격은 된다고 생각이 들기에,, 한번 얘기해 보자. 나는 너희들의 태도가 '전반적으로 착하다'고 대내외 적으로 평하고 다닌단다. 다만, 인원이 소수기 때문에 전반적인 평가보다는 개별적 평가가 가능한 너희들이기 때문에 조금 더 세부적으로 얘기를 해보자면, 우선 학년별로는 보통 3학년쯤 되면 대부분 철이 들어 말길을 좀 알아듣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부는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춘기 기질이 발현되는 학생들도 있어 흡연, 음주, 폭언 등등 소소한 사안들을 만들곤 하지, 또 2학년들은 어느덧 제법 중학생다운 면모를 보이곤하더라, 1학년때 보였던 초등학생 기질, 즉 마냥어린아이 같은 기질이 조금씩 사라지고 약간의 독립심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라 평할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것 처럼 1학년들은 선생님들께 아직도 응석을 부리고, 기본적인 생활습관 교육이 되지 않은 친구들이 더러 보인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좋은 태도를 보이긴 하지만, 일부 그런기질을 가지고 중학교에 입학한 친구들은 1학년 내내 학교적응에 어려움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을 이곳 옥계중학교에서 4년여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의 느낌이다. 또 학생부장을 하면서 느끼는건데 워낙 학생들이 소수다 보니, 또래집단에서 한번 소외되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여학생들에게서 매년 일어났던 문제인데, 일종의 왕따 현상이다. 워낙 인원이 적다보니, 어쩔수 없다는 생각을 나도 하고는 있지만, 그 원인을 분석해보면 반드시 그게 구조적인 문제만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것은 개인의 인격과 인성, 다른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해서 그런 문제가 일어났다고 결론 내려진다. 남탓만 할게 아니라, 나도, 너도, 우리모두도 조금씩 문제가 있어 그런 어려움들이 일어났기에 해결도 나, 너, 우리모두가 공동으로 해결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희들의 태도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교과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좀 다른 의견을 주시는 분들도 계시더구나

 

Q4) 학생기자 : 체육선생님이 힘든점은 무엇인가요?

A) 첵교사 : 질문의 요지를 명확히 하고 대답해야할 질문인것 같다. 인간 김평강으로서의 힘든점을 묻는건지, 보편적인 체육교사로서의 힘든점을 묻는건지 말이다. 아마 후자의 질문인것 같아 포커스를 거기에 맞추겠다.

질문자의 기대와는 다르겠지만, 우리학교 체육교사로서의 힘든점은 사실 그다지 없다. 너무 좋은 교육환경과 체육수업을 진행하기에는 다소 적은 인원수라는 천혜의 환경에 처해있는 이곳의 체육교사로서의 힘든점을 나열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다만, 소규모 학교의 체육교사는 체육과 관련한 모든 사무를 혼자가 기획, 운영, 관리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고, 큰학교에서는 체육업무만 중점적으로 했다면, 작은학교의 체육교사는 보통 학생부 업무를 병행하고, 그외에 기타 학생관련 대부분의 업무에 투입되기 때문에 결코 업무량이 적다고 할 수 없다. 내 말에 동의를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처음 이곳에 부임한 2015년도에 내 업무분담표를 확인해보니, 최소 일반적인 교사 4명의 업무가 내게 편중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향후, 업무과중에 따른 업무분담을 해마다 실시하여, 지금은 나는 2명정도 분의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근무여건의 발전이다.

 

Q5) 학생기자 : 체육선생님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이신가요?

A) 첵교사 : 체육교사의 일은 크게 '체육수업', '체육관련 행사', '운동부 지도 및 관리', '학교스포츠클럽 운영' 으로 나눌 수 있다. 쉽게 얘기하면 연초에 계획한대로, 혹은 꾸준히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각 영역에서 도출 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우리학교는 운동부나 운동선수가 없다. 작년까지는 골프를 치는 학생선수가 있어서, 1년에 한번씩 소년체전을 인솔하기도 하며, 학생의 선전을 기원하기도 했는데 올해부터는 운동선수가 아예없어 그런 기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그렇지만 다른 세개 분야에서 우리학교의 체육관련 수준은 도내 어느 중학교보다도 우수하고 원활하게 운영되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분과 함께 호흡하며 항상 보람을 느낀다.

 

Q6) 학생기자 : 체육선생님이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는 무엇인가요?

A) 첵교사 : 우리학교 학생들이라면 아마 대부분 알텐데, 선생님은 요즘 테니스를 가장 좋아한다. 3학년은 테니스 수업도 진행하고 있고, 선생님이 예전에 수업자료로 만든 영상이 유튜브에도 흘러다니고 있어서, 가끔 학생들도 그 영상을 보고 신기해한다. 한번은 테니스 대회에 나간적이 있는데 처음본 동호인이 나를 보더니, 어디서 많이 봤는데, 봤는데,,, 하면서 생각이 나지 않자 답답해 하더라, 나는 도통 처음 보는 사람이라 이 사람이 나를 다른 사람과 착각하나 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잠시후 나에게 오더니, 음료수를 하나 건네면서 자기가 테니스를 처음 시작할 때 내가 유튜부에 올린 테니스관련 기초 영상을 보고 테니스를 처음 시작했다는 거다. 나도 놀라고, 그 분도 놀라고, 세상 참 좁다.

 

Q7) 학생기자 :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A) 첵교사 : 과거에는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만 했었다. 주입식 교육도, 현행 대학입시제도도, 사회의 불평등도 결과적으로는 무언가 제도적인 미비로 인해 학생들에게 획일적이고 천편일률적인 대학입학만 강요하는 그런 기형적 사회가 되어버렸다. 나도 대학을 나왔지만 너희들도 반드시 대학을 나와야만 하는가에 대한 원론적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서 본인의 기술과 역량으로 적지않은 수입을 거두며 행복을 누리는 사회, 그런 사회가 어서 빨리 도래하면 좋겠지만, 당장 여러분들의 진로진학과 관련해서는 이런 조언이 먹혀들지 않을것 같다.

다만, 여러분이 하고싶은것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 잘할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한다. 혹은 지금은 못하더라도, 그와 관련된 일들을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하고 싶은 분야의 일, 내가 잘하고싶은 분야의 일을 하다보면, 삶의 만족도 올라가고, 점점잘하고 싶은 생각도 갖게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더욱 연구하게 되고, 도전하게 될 것이다. 당장 대학진학을 포기하라는 말을 차마 너희 세대에 전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너희들이 잘할수 있는 분야, 하고 싶은분야, 가슴떨리는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준비해라, 어떤 분야든지 10년을 파고들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중, 고등학교 시절 6년의 시간을 대학 진학만을 맹목적으로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말고, 여러분이 집중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 지금부터 그 분야에대한 탐색과 숙련에 돌입하라.

지금의 노력과 그러한 시도가 결국에는 여러분의 삶을, 여러분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것이다.

가만생각해보니, 나는 중고등학교 6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보게 된다. 나는 우선 만화책을 엄청 많이 봤다. 선생님 시절에 동네마다 보람책방이라는 책 대여소가 유행했었다. 책한권당 몇백원씩 주고, 몇일간 대여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우리나라 만화 보급에 엄청난 기여를 했지, 암튼 그 책방에 있는 만화는 보통 세 종류 무협지, 남자용 코믹스, 여자용 순정만화(일단 분류를 위해 편의상 남자,여자용으로 나누긴 했는데, 꼭 그런건 아니다. 나도 오렌지 보이aka꽃보다 남자 같은 순정만화를 보기도 했다) 나는 중학교 시절, 남자용 코믹스 대부분을 섭렵했다. 그때 만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그때의 감성이 꾸준히 내안에 내재하고 있는것도 같다. 아다치 미츠루의 러프나 h2 같은 만화는 정서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던 스타일이었다. 약간 절제된 레트로 감성? 암튼 책장 한쪽이 아니라, 한쪽 벽면을 가득채운 코믹스를 거의다 봤으니,, 적지않은 시간을 만화책으로 보냈다. 그리고, 약 2년여 프라모델 조립에 심취했었다. 방에 틀어박혀 애나멜과 본드로 프라모델을 이용해 디오라마 같은 것을 만드는 것에 심취해 있다가, 어느날 방에서 약간 헤롱헤롱 해대고 있는 상태를 보시곤 부모님께서 크게 걱정하셨던 기억이 난다. 자연스럽게 그러한 취미생활은 성인이 되면서 조금 멀어진듯, 요즘은 그런 피규어나 프라모델 조립 등을 이어가는 성인들을 키덜트라고 하는데,, 대체로 아주 어려서 부터 그런 하비를 즐겼던 사람들은 키덜트로 빠지지 않는것 같다. (뭐 키덜트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3년동안은 별다른 취미가 없었다. 이따금 축구, 농구와 같은 운동을 했고, 아주가끔 부모님과 테니스를 쳤다.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의 평범한 일상과 또래 친구들과의 약간의 일탈행위를 하는 그런 고교시절, 뭐 아쉽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은 그런 시기 


가볍게 응해주려고 했던 중학교1학년들의 국어 수행평가 인터뷰에서 내가 너무 진지해져버렸다.

위 콘티처럼 진지하게 꼰대어필한다면 아이들 표정은 아마 삽시간 사색으로 변할것 같다. (조리있게 이야기한다면 다르겠지만

 

실제 인터뷰는 조금더 장난스럽게 가도 되겠다.

 

아 그리고, 동영상 촬영도 한다는데, 당장 선크림이라도 좀 바르고 인터뷰해야겠다. 혹시 인터뷰 영상 받아볼 수 있으면 나중에 업로드 해봐야지, 그것도 재밋겠네

 

 

ㅋㅋ 애들이 시험기간이라 교무실 출입이 안됨 = 핸폰 못가져옴, 그래서 내 폰으로 찍음(feat. 퀵 어플로 대에충 편집) 퀵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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