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저널/school days

근무지 인조잔디 운동장 설치기

인세인피지 2023. 8. 1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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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 카테고리에 오랜만에 글을 쓰게됐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 내 남자 인문계 고등학교이다. 흔히 1번지학교라고들 하지,

그런데 이 학교 체육시설이 대체적으로 잘 갖추어져있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인조잔디가 없다는 것이다. 인조잔디 하면 당연히 따라오는 우레탄 트랙도 없어서, 미시먼지철, 장마철, 동절기에 기상에 따라 수업을 하기에 굉장히 취약점을 안고있다.

체육교수학습의 선진화를 위해 당연히 체육시설 환경 개선이 최우선 순이라 여기는 나는 일찌기 운동장 인조잔디 설치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지만 번번히 규정의 미비, 내부 구성원의 의견차로 인조잔디 운동장을 추진하지 못했다. 그러던중 1년의 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2023년 바뀐 학교장이 인조잔디 운동장 추진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확인, 그동안 숙제로 가지고 있던 이 사업을 차근히 준비하기 시작한다.

먼저 일선 학교에 인조잔디 운동장을 설치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이 있는지 찾아봤다. 불과 작년 2022년까지만 해도, 과거 인조잔디와 우레탄트랙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이유로 도교육청에서 학교 운동부를 위한 특별 훈련시설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인조잔디 사업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향이 다른 교육감이 선출되고 나서 당장 이 기조부터 바뀐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학교운동부를 위한 전용시설을 위한 인조잔디만 제한적으로 승인됐던 것에 반해, 2023년 새 교육감 체제부터는 일반 학교에도 인조잔디 운동장 설치를 승인 및 예산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었다. 도교육청에서 사업비의 60%만을 지원하고, 지자체에서 나머지 40%의 예산을 대응투자해야지만 이 사업이 최종 확정된다는 것이다. 나는 서둘러 원주시청 체육과에 전화를 넣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으나 체육과 담당자는 학교와 관련된 시설 예산은 본인들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자치행정과에 문의해보라는 말을 남긴다. 바로 자치행정과에 전화를 넣어봤다. 자초지종을 다시 한번 반복해서 설명을 하니 비로소 담당자는 내가 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정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내 담당자는 속사정을 얘기해 주는데 "우리도 예산을 지원해 드리고 싶은데, 교육경비 지원에 관한 조례가 과거에 묶여 있어서 현실적으로 조례가 개정되지 않으면 사업이 불가능 하다"라는 얘기를 하는것.

 

우리도 예산을 지원해 드리고 싶은데, 교육경비 지원에 관한 조례가 과거에 묶여 있어서 현실적으로 조례가 개정되지 않으면 사업이 불가능 하다

나는 옳다구나 했다. 사실 이 부분까지는 이미 알고 있었던 부분이다. 이 조례 개정 부분 때문에 내가 휴직했던 2022년도에 우리학교가 인조잔디 사업을 추진하다가 어그러졌단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난 어긋난 아귀는 이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사업을 도와주겠다는 지역 내 정치인들도 다 제각기 이해하고 있는 수준이 다르고,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조례를 개정하려고 들지는 않았던것. 수 차례의 전화와 관련 자료를 송부했음에도 2023년 6을 원주시 행정사무감사 때도 도움을 주기로 했던 정치인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이 분에게 과연 조례 개정의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평소 알고 지내는 지역 의원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하고 상황이 이러니 좀 도와주십사 요청을 하였고, 해당 의원은 바로 자치행정과장과 통화하여 현재 진행 상태를 전해주었다. "여러 의원들이 얘기를 했고, 학교 기관장들도 지속 요청이 있어서 우리과에서 적극검토하고 있고, 조만간 시장님 결제를 받을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여러 의원들이 얘기를 했고, 학교 기관장들도 지속 요청이 있어서 우리과에서 적극검토하고 있고, 조만간 시장님 결제를 받을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이 얘기를 듣고서야 비로소 한시름이 놓여졌다. 분명 이 조례 개정이 이루어진 뒤 여러 학교가 달려들것은 불보듯 뻔하지만 어쨌든 우리의 노력으로 그 철옹성 같던  조례가 개정될 여지는 생긴셈이다.

4~5월중에는 내부구성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결과 약 90%의 찬성율을 보였다.(60%이상의 찬성율이 보일때만 도교육청 사업 승인), 1학기 방학직전에 열렸던 학교운영위원회에는 '인조잔디 운동장 및 우레탄트랙 조성 사업 신청(안)' 이란 제목으로 정식 심의를 받기도 하였다.

3주라는 짧은 방학 때도 예상대로 나를 가만나두지 않았다. 먼저 원주시 교육경비 지원 사업 신청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이 하달됐다. 제출기한은 4일, 혹여나 내가 방학중 이 사업을 놓칠까 학교행정실에서는 행정실장님과 계장님을 비롯해, 교육지원청 장학사님까지 기한 내 사업 신청을 제출하라고 야단이다. (설마 내가 그 공을 들였는데 이걸 놓칠려고

이후 일주일이 지났나? 이번에는 도교육청으로 부터 2024년도 학교회계 본 예산(교육비 특별경비)을 신청하라는 공문이 하달됐다. 기한은 2일, 두 기관의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느낀것은 교육청 양식이 훨씬 후지고 요식행위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찌됐든 모든 제출이 끝나고 몇일뒤 교육지원청 장학사님을 만날일이 있어 궁금했던 내용을 질의했다.

"몇 개의 학교가 지원을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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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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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헉,,,,,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도교육청 방침이 변경된 첫 해인만큼 여러 기관에서 달려들것은 예상했지만, 무려 12개라니,,

나는 많아야 5개 이하고, 그중에서 우린 2순위나 3순위로 선정되는 것을 노렸는데, 정말 이러다 이거 죽쒀서 개주는 꼴 될 수 도 있겠다.

플랜b를 염두해두고 있어야겠다. 교육경비 보조에서 탈락하면, 우리학교 출신 국회의원에게 부탁해서 예산을 만들어 내는 수밖에 없다. 내년이 총선인 만큼 국회의원도 쉽게 거절하지 못하리라

 

내가 떠나는 이 마지막해에 뭔가 내 근무지에 큰 선물을 주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과연 될런지,, 행정실장님은 국회의원 파워면 다 된다고 격려해주시는데,,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은 어디로 갈지 상당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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