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세인 tennis

4부: 4강에서 마무리

인세인피지 2025. 11. 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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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5분을 달려 도착한 진천 종합스포츠타운은 준공된지 얼마안된듯한 인상이었다. 깔끔하고 잘 구획된 스포츠타운에 들어서니 괜시리 기분까지 좋아졌다.

실내코트가 2동이었는데 한쪽은 정구를 위한 클레이 4면, 한쪽은 하드코트4면이었다. 바깥쪽은 인조잔디 4면으로 총 12면의 시설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윽고 운명의 8강 경기가 배정되었다. 내 고향 천안의 태조, 어울림 클럽 분들이었다. 20대 후반, 임용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천안에서 잠깐 테니스를 쳤었다. 그때도 있었던 명문클럽들, 익히 알고 있다.

이때부터 또 괜한 걱정 병이 도진것 같다. 내 파트너 동생이 누누히 얘기했던, 벌어지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을 나는 또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창에서 도착한 상대팀은, 아까 1~3번 코트 경기를 관전하고 있을때 1번 코트에서 경기를 하던 팀이었다. 솔직히 경기력이 그닥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좀 홀가분한 마음으로 웜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왠걸, 두 분다 엄청난 스트로커 였던것. 심지어 진천 실내1번 코트는 사용을 하도 많이 하다보니, 코트 표면이 하드 답지 않게 거의 반들반들, 쭉 깔리는 공을 구사하면 여지없이 공이 미끄러졌다. 내가 전력으로 치면 상대가 공을 받지 못하고, 상대가 전력으로 볼을 치면 내가 받지를 못했다. 초반에는 특별한 전략없이 그냥 부딪혀보기로 했다. 경기는 상대의 스트로크와 포칭, 단단함에 어느덧 4:1까지 벌어진 상황, 우리는 16강 경기를 되돌아 봤다. 이 두명의 포핸드 스트로크만 피할 수 있다면, 그리고 스트로커를 대처하는 방법은 쌍발리 밖에 없다는 결론. 우선은 모든 서브를 상대의 백핸드쪽으로 공략했다. 확실히 상대의 백을 공격하니, 3구를 충분히 컨트롤할만한 구위의 공이 날아왔다. 그리고, 파트너 동생까지 발리에 가세했다. 나도 가급적 리턴앤대쉬를 선택했다. 상대의 스트록이 워낙 강력해 첫 발리를 컨트롤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지만, 쌍발리에 드디어 상대도 범심이 늘어나고 있다는것을 직감했다. 운도 따랐는지 어는새 경기는 4:4, 드디어 동률을 이뤘다. 운명의 8번째 게임, 상대 첫서브의 서비스를 브레이크만 할 수 있다면 상대가 우리 리턴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때문에 6:4 대역전이 충분히 가능하다.

상대의 거친 스트로크와 우리의 필사적인 쌍발리가 이어졌고, 결국 상대의 미스를 통해 대역전에 성공했다. 5:4, 이제 파트너 동생의 서브만 따내면 드디어 생애첫 랭킹대회 입상이다. 여전히 미끄러운 표면탓에 상대는 파트너의 서브에 속수무책이다. 스코어는 40:30, 드디어 매치포인트, 파트너 동생도 사람인지라, 이번대회 처음으로 더블폴트를 범한다. 노애드 매치, 그런데 내 파트너 동생이 또 더블폴트를 할 거란 걱정이 들지 않는다. 계속 안정적으로 서브를 넣어줬기에 이제는 확신이 들었다. 동생은 바로 서브앤 발리를 하지 않았고, 3구에 대쉬 다시 한두번의 쌍발리 방어 뒤 상대 범실로 대역전극을 이루어냈다. 1:4에서 내리 5게임을 따내는 기염을 토하며, 우리는 생애 첫 랭킹대회 입상이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따게 된 것.

수차례의 도대회 4강을 경험해본 나로서는 4강부터는 어쨌든 축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4강전에 임했다. 결과적으로는 4강전에서 우리를 이긴 오산 분들이 우승을 차지하셨는데, 지독한 테니스엘보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신 상대방에 경의를 표한다. 아마 체육선생님들이라고 했던것 같은데 파워면 파워, 컨트롤 안정성 모두 우리보다는 우위에 있다고 보여졌다. 반대쪽 박스에서 3위를 차지한 분들도 오산에서 오셨다고 하는데, 오산테니스가 이렇게 강한것을 처음알게되었다. 마침 또 그분은 내가 주최했던 굿모닝배 대회때도 8강을 하셔서 상품을 받아가셨던분이라고 한다. 1년만에 다시 다른 대회에서 아는 테니스 동호인들을 만난다는건 이 스포츠의 또다른 재미인것 같다.

아쉽게 첫 입상을 4강에서 마무리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당초의 목표도 생애첫 입상이었고, 최고 성적 8강을 넘어 4강을 이루어냈던 과정이 평소 내가 약하다고 여기던, 서브와 멘털관련 문제를 일부 진단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점. 특히 멘탈 관련해서는 파트너 동생의 여러 특이점이 나를 포함한 상대방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것이다.

1. 누구를 만나도 쫄지 않는 기세
2. 결정적인 순간에 포효화는 화이팅
3. 라인을 정확하게 보고, 짚어주는 능력
4. 상대방의 약점을 최대한 빨리 파악하려하고, 틈이 보이면 바로 적용하는 용기
5. 상대가 보여주지 않은 기술들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은 일절 하지 않는 낙관

위 5가지 항목정도는 평소에 내가 가지는 마음가짐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성향들이다. 그러나 경기상황에서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포기할 법도 한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역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이번 대회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평소의 내 멘털이었다면 64강 베테랑 어르신들 볼에서 부터 엄청난 고전을 했을것이다. 그런데 베이글을 냈다. 솔직히 나도 믿기지 않았고, 베이글을 당한 어르신들도 어안이 벙벙했던것 같다. 그렇지만, 그때 내 파트너 동생은 더욱 기세를 올렸고,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상대를 압살하고자 했다. 분명 그간의 내 스타일과는 다른 지점이다.

운이 좋게 생애첫 입상을 하긴했으나, 여전히 내 서브는 테린이 만도 못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커니즘을 이제는 조금 적용하고 있는것 같으면서도, 아직도 시합 상황에선 연습때 만큼 몸을 쓰지 못하는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목표는 분명하다. 안정적이면서 플레이스먼트가 확보된 세컨서브 능력이 갖추어지면 졸업할 수 있다. 그때부터는 제2의 테니스 인생이라 생각한다. 발리기술도 한없이 부족하지만, 우선은 서브가 급선무다.

하지만 서두르지는 말자, 인생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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