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살다가 원주로 이사했다. 인구 36만의 사통발달 도시, 내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천안의 상황과 비슷하다. 10년이면 따라잡을 수 있을것으로 전망했는데 넉넉히 20년쯤 차이가 나는것 같다.
말도안된다고? 나도 천안과 원주가 그렇게 차이난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6년째 살다보니 진짜 그정도 차이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20년의 원주의 발전이 굉장히 기대된다. 인구 50만은 훌쩍 넘어있을테고, 내가 거주하는 원주기업도시는 지정면 일원으로 도시가 확장되고 그제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신도시 필이 날것이다.
그건 그렇고, 그렇다보니 원주의 행정이 좀 후지다. 본인이 직업적으로도 그렇고, 테니스 매니아기 때문에 테니스 관련 행정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원주에 유일한 중대규모 공공테니스장인 원주테니스장, 일명 양궁장테니스장 이용 예약을 인터넷으로만 받고 있다. 당일 예약도 안된다. 무조건 테니스를 치려면 최소 전날 예약 결재가 이루어져야한다. 예약시스템은 매월 셋째주 월요일 자정에 열린다. 그날 그시각은 양궁장테니스장 예약을 위해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극심한 경쟁을 치뤄야한다. 내가 몸담던 원주단테매도 예약전쟁을 피할 수 없었다. 선발된 용상 8명이상이 매월 그 시간에 잠도 못자고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다가, 일사분란하게 예약을 해야한다. 중간에 한 코트라도 예약을 뺏기게 되면 우리는 리그제를 운영하고 있기에 모임의 존립자체가 흔들리게된다. 실제로 위기가 찾아왔고, 단테매의 존립에 대한 고민을 하던중, 조례를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례의 조항을 이용하여 끈질지게 관할청을 설득한 끝에 우리는 매월 둘째주에 코트 대관 공문을 발송하고 사전에 코트를 대관하고 있다. 드디어 예약전쟁에서 해방된것이다.
그렇게 제도를 정비하고 2년의 임기를 마치고 원주단테매를 후임 회장에게 넘겼는데 이 예약시스템 때문에 영영 쫒겨나게된 선배들 클럽이 민원을 제기했다. 현 예약시스템은 젊은 사람들을 위한 제도이며 이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그렇다. MZ세대의 클릭을 당해낼 길이 없다. 심지어 예약할 인력도 넘쳐난다.
지속되는 민원에 시달리던 관청에서 공청회를 마련했다. 이미 3차례를 치룬 뒤였는데, 우리 원주단테매는 이 문제와는 별개라 생각하고 뒤로 물러나 있었는데, 이번엔 국장 주재 간담회라 한다. 마침 우리 회장님이 업무상 참석이 불가하여 회장님으로 부터 참석을 요청 받았다. 분명히 내가 아는 사람들(클럽 관계자들)이 절반쯤 될 것이고 나머지는 시 당국 관계자들 일 것이다. 서로 자기 주장만 펼치는 평행선이 이어지면 결국 시당국은 칼을 뽑아들것이 자명하다. 클럽들 더이상 코트 대관 하지마, 로 귀결되는것은 어찌됐든 막고 싶었고 내가 간담회에 참여했을대 이 문제를 종지부 찍고 싶었기 때문에 입장문을 작성하기로 했다. 입장문을 작성하다보니, 차라리 정책제안을 하자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
바뻐죽겠는데 후다다 정책제안문을 작성했다.
자료를 준비한 것을 기특하게 여겼는지 담당 국장께서는 최우선적으로 원주단테매 고문인 나에게 발언권을 주었고 이미 완벽하게 제안 내용이 정리되어있던 나는 허심탄회하고 최대한 간결, 이해하기 쉽게 준비한 원고를 발표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나의 제안을 합리적이다라고 인정하는 분위기, 다행히 담당 국장도 내가 제안한 내용을 토대로 조례 개정도 검토해보겠다는 답변, 말단 담당자는 획일적으로 이 안건을 해결하려고 준비한듯 했으나 담당 국장의 지시로 원점 재검토를 하게되어 약간 멘붕인 상태로 공청회는 끝이났다.
공청회 끝나고 주차장에서 지인과 관계자 몇명을 따로 만났다.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각 클럽이 조금만 양보하면 분명히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수업이 있어서 급하게 내 이야기 전달을 마치고, 복귀했다.
제법 큰일을 마무리 지은것같아 오늘 오전의 부담감은 씻은듯 지워지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상태다.
이제 당국의 결정을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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