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의 탈것

2종소형 면허 취득기

인세인피지 2016. 8. 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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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를 제대하고, 임용시험을 준비할 때 125cc짜리 스쿠터를 잠시 구매하여 탄적이 있었다. 발령을 받고나서는 이 놈을 타고 다닐만한 시간적 여유나 주변의 시선도 의식되어 팔어 버렸는데, 여기 강릉 옥계에서 지내다보니 이것저것 하고 싶은게 많아진다. 금진해변의 한가로운 파도결이나 멀리 타지에서 멋진 오도방을 끌고 원정투어를 떠나는 이따금의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좋은 동네에 살고 있는데, 난 무얼 하고 있나란 생각도 들고,

 

그.래.서 결심했다. 올 여름 2종소형 면허를 취득하자!! ( 2종소형 면허는 125cc ~ 50,000cc 매뉴얼=수동 이륜차를 몰 수 있는 면허랍니다.) 면허학원을 알아보았는데, 다행이 천안에도 2종소형을 취득할 수 있는 면허학원이 있다는것.

 

초타이트한 일정, 하루 기능4,4,2(좋은포메이션이다), 학과는 이튿날 오후에 4시간

가격은 32.4만에 보험료 600원

이 폭염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오도바이는 총3대, 국산의 자존심 대림Vf250과 아메리칸스타일 다이나스타?가 구비되어있다. 1호차 검둥이 뷔엡은 출력이 불안정하여 시도 때도없이 꿀렁거리고 2호차 흰둥이 뷔엡은 비교적안정적인 출력을 보인다.

한시간만에 굴절(제1코스)과 S라인(제2코스)를 배웠고 스로틀을 소심하게 살짝당겨본다. 모든 스포츠와 탈것들이 그러하듯 제동이 가장중요한데 오도바이 제동이 익숙해지기까지는 다소간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매뉴얼바이크가 처음인만큼 좌수 클러치 사용이 중요해보인다.

 

저멀리 굴절코스와 s자코스, 우측 야트막한 담벼락 옆으로 직선 코스가 보인다.

 

 

쉬운죽 먹기인 라바콘 코스 양옆으로 밞으면 감점이 되는 전기선이 깔려있다. 라바콘을 5개 통과한후 유턴을 통해 사진상으로 보이는 좌측 통로로 빠져나와 직선코스로 진입하면 된다.

 

 

 

사실, 떨어질 만한 코스는 제1코스 굴절 뿐이다.

10시간 동안 기능연습을 했는데 떨어질 수 있을까? 떨어진다. 나도 떨어졌다-_-;;;

 

 

문제의 2호차, 3호차

 

팽배한 자신감에 시험의 당락을 좌우하는 제1수칙을 망각하고 말았다.

연습은 1호차(쑝카)로 하고, 시험은 3호차(아메리칸 크루져)로 봤으니 문과학생이 이공계로 시험을 친격

 

당시 시험보는 사람이 하도 많아, 다들 1호차와 2호차를 쟁탈하려고 하기에, 복잡하고 붐비는게 싫어, 몇번 재미로 타본 3호차로 시험을 볼 생각을 한 차제가 불순이다. 시험에 대한 예의가 아닌것이지.

 

탈락의 충격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스케쥴상으로나 나를 으엄청 괴롭혔다. 비싼 시험응시료 3만5천원을 추가로 내야했으며, 일주일동안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란 자책과 일주일뒤에 다시 시험에 응시해야한다는 스케쥴적인 짜증이 동반했으니 말이다. 거기에 시험에 떨어졌다는 주변의 비난은 그나마, 덤이니,,

 

어쨌든 정확히 1주일 뒤에 다시 찾은 시험장, 이번에 인정사정 볼것없이 1호차로 들이댔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응시자는 15명 내외로 보였다. 감독관이 원서를 들고 시험과 관련한 전달사항을 전달하는데 내 원서가 맨밑에 있는게 아닌가, 아마도 배려해주려고 맨밑으로 넣은것 같다.

일반 면허시험장에서 2종소형을 보면 당연히 떨어져야한다. 열명중 많아야 한두명이 붙을 정도록 합격률이 낮다. 그도그럴것이 난생처음타보는 바이크에 1단 엔진 가속으로만 가는 저속은 오도바이 배달 경력 10년차 짱개님들에게도 어색하고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니말이다.

그.런.데, 면허학원에서는 그 말이 전혀통하지 않는다. 미칠듯한 더위 뙤얗볕에 같은 오도바이를 무려 10시간이나 탔는데 떨어지냔말이다. 일주일전에도 약15명 시험에 2명정도 떨어진것으로 보인다. 내가 중간순서였는데 떨어지고 뒤도 안돌아보고 왔으니, 뭐 한두명 더 떨어질 수 있겠으나, 결코 떨어질 수준의 시험이 아니란말이다.

가장 밑에 있던 원서를 확인하고, 감독관에게 조용히 찾아간다. 시간이 없으니 제발 제일먼저 시험보게해달라고, 0.8초정도 머뭇거리던 감독관은 내게 근엄한 표정으로 알겠다고 눈짓한다.

이윽고 불려지는 내 이름, 담담하게 차량에 올라 담담하게 시험을 치룬다. 다만 내가 생각한것은 몸에 힘을 빼자는 것, 지난주 시험에 탈락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첫 굴절코스 진입에 실패하고(감점10점), 순간 당황 몸이 경직되면서 굴절 2코스에서 그만 스로틀을 주욱 당겨버린것, 보기좋게 코스아웃~ 내 정신도 아웃,,,

 

이번에는 몸에 힘을 빼자. 1코스 리드미컬하게 빠져나가고, 2코스 역시 리드미컬하게 빠져나갈 찰라,, 막바지에 약간의 원심력이 부족하여 그만 빠져나오는길에 옆라인을 밟는다.(10점 감점) 그러나, 이제 고비는 없다. 자연스럽게 s자 진입과 초집중으로 무사통과 라바콘은 쉬는 구간으로 통과, 직선구간은 호기롭게 스로틀을 당긴뒤 감속, 그렇게 끝났다. 그렇게 2종소형 취득기는 끝이났다.

 

문제는 면허발급이다. 이제 학교는 2학기 개학이다. 더 이상 천안에서 지체할 수 없다. 그때 나타난 오도바이계의 은인을 만났다. 일주일전 기능연습을 통해 몇번 뵈었던 분께서 떨어진 나를 기억하고 면허학원으로 친히 응원을 와주신게 아닌가, 시험에 응시하는 내게 긴장감도 덜어주시고, 합격의 기쁨을 같이 나누기도 하셨던 형님께서 면허발급도 도와주신것이다. 왕년(80년도)에 감마라는 스즈끼제 오도바이로 이곳 강릉 옥계까지 휴가차 오신기억이 있다고 하시면서, 내가 옥계에 살고 있는것조차 반갑게 여겨주신분이다. 이 형님께서 몇번이나 불편을 감수하시고 등기로 발급된 면허를 보내주셨다. 이렇게 2종소형 면허를 취득하고 수령하게되었다.

다른걸 다 떠나서 이 형님께서 계획대로 할리데이비슨 펫보이를 구입하시고, 옥계로 오셔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 또한 정말 굉장한 인연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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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생처음으로 뽀샵증명사진을 찍었더니, 마치 경극을 하는 사람 같고, 20년은 젊어보입디다(10대가 됨;;)

 

1종보통과 2종소형을 보유한 남자, 이제 여유가 생기면 스크램블러나 트래커 형태의 잘 커스텀된 오도바이를 구매하는게 남은 과제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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