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저널

한 여름 밤의 꿈 : 그간의 일들(18.8.-10.21)

인세인피지 2018. 10. 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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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블로그 관리가 뜸했었다. 평균적으로 250여명 안팍의 방문객이 매일 방문하던 내 블로그는 어느덧 150명 대로 뚝 떨어졌고(뭐, 신경쓰고 관리하는건 아니지만) 이쯤에서 아니 이쯤되면 내 근황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지기에 몇자 끄적여 기록을 남겨둔다.





사실 위 제목에서 언급된 기간동안 내가 한것은 오로지 대학원 파견준비였다.

내가 소속된 강원도교육청에는 5년차 이상된 교사들에게 서울대와 교원대학교 대학원(석사)과정 교육 파견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마침, 강릉 지역만기 8년을 채우는 해에 한번쯤 도전해 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은근하게 가지고 있었던 내게 교육파견 지원은 시기적으로나 상황적으로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서울대 체육교육과는 교사파견 티오를 공식적으로 두고 있지 않았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몇년전부터(대략 3~4년?) 다시 교사파견 티오를 뽑는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기왕이면 서울로 가보자 라는 심정으로 서울대 대학원 파견으로 선로를 결정하고 준비하던 터였다. 근데 솔직히 이 파견준비란게 특별할게 없는게 서울대 지원을 위해서는 TEPS라는 영어 시험의 공인성적이 필요하다. 그래서 텝스 준비를 시작하는것이 서울대 대학원 파견의 첫관문인 셈이다.

물론, 영어의 영자도 이제는 가물가물해지고 있는 김교사는 여전히 그 자신감 만큼은 대단했는데, 솔직히 2003년 대입 수능 준비 이후로 단 한번도 영어공부를 진지하게 해보지않고 어디서 이런 가상한 자신감이 나왔는지...

어찌쨌든 그 준비과정이야 기록의 민족이자 훈민정음의 후예답게 틈틈히 블로그에 써놨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포스팅 연작을 참조하면 될테고


2018/07/18 - [Insane nest/TEPS - 대학원 파견 준비] - 18시즌 여름은 서울에서

2018/07/19 - [Insane nest/TEPS - 대학원 파견 준비] - 조금 더 디테일한 방학계획

2018/08/02 - [Insane nest/TEPS - 대학원 파견 준비] - 아 서울행이여

2018/08/03 - [Insane nest/TEPS - 대학원 파견 준비] - 안들려 안들려 죽겠다

2018/08/14 - [Insane nest/TEPS - 대학원 파견 준비] - 텝스 1위 강사 친구의 한줄기 빛과 같은 조언

2018/08/19 - [Insane nest/TEPS - 대학원 파견 준비] - 어디로 어디쯤 가고있는건가

2018/09/14 - [Insane nest/TEPS - 대학원 파견 준비] - 대학원 준비, 어디까지 왔니

2018/09/17 - [Insane nest/TEPS - 대학원 파견 준비] - 마지막 시험을 보고 왔다

2018/09/20 - [Insane nest/TEPS - 대학원 파견 준비] - 대학원 입시 교재가 도착했다


이렇게 보니 짧은 기간 많이도 썼네, 일부는 창피해서 공개안할라고 했는데, 에라 모르겠닼ㅋㅋ


결론은 1월부터 텝스준비를 시작했고, 주에 2번 강릉 시내로 나가서 어학원에서 과외를 받았고, 8월에는 약 보름간 서울에서 어학원을 다니기도 했으며, 심지어 우연히 텝스 유명강사가 고교 동창 친구인걸 알게 되어 뜻밖의 조우와 진심어린 조언도 받았고, 현직에 복귀해야하기에 다소 아쉬움 감으로 돌어왔고(그렇게 여름방학이 끝났고) 슬픈 예감은 항상 어떻게그렇게 어긋남이 없이 이루어지는지 결국은 텝스 점수 충족을 불과 몇점 차이로 실패했다는 얘기로 급마무리

결론만 있고 분석이 없으면 나는 영원한 루져로 기억되겠지, 그건 또 내 스타일이 아니니, 지금의 이 여유를 빌어 간단한 분석을 해보자면, 정확히 말하면 대학원 파견 실패가 아니라, 대학원 문턱도 못넘었기 때문에 텝스 기본 점수 충족 실패에 관한 분석이 맞겠다.

암튼, 실패 원인을 분석해 보면 가장 큰 요인은 내가 이 시험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것. 평소 뭐든지 여유있게 미리미리 준비하는걸 좋아하는 내가, 왜 이 중요한 문제를 가볍게 다뤘을까 의문을 가질 수 있겠으나 내 항명은 단 하나, 여기저기서 대략 들어보니, 어느정도 시간투자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그져 우습게 봤다는 겁니다. 금방 달성할줄 알았어요. ㅠㅠ

암튼 실패는 실패고 실패를 교훈삼아 그 담에 어떻게 됐는지가 더 궁금하고, 사실 더 스펙타클한데

텝스 점수는 달성 시점을 미루고 미루고 미뤄져 최종까지 지일-지이일-질- 끌게 됐는데 당초 예정은 8월 말에는 달성해야했을 텝스를 9/16일 마지막 시험까지 끌고 가게 됐고, 결국 9/27일 발표에서 터무니 없는 점수를 받음으로 2018년 가장 중요한 농사의 대미를 이따구로 마무리 짓게 되었음.


어쨌거나 안된건 안된거고, 실패는 실패다. 오롯이 내가 받아드려야 할 부분이다. 


텝스 준비를 좀 더 일찍 시작할 걸 그랬다. 강릉에 어학원도 좋았지만, 겨울방학을 이용해서 두달 과정을 등록해 절반 만이라도 수료했더라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을것으로 보이고, 그때 못했다면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 분석할 수 있었기에 집중적으로 보완했다면 여름에는 반드시 달성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텝스와 같은 공인점수가 필요한 시험은 별거 없다. 시험에 대한 면밀한 분석, 필요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학습하여 달성하면 된다. 필요한 결과물이 내가 영어 프리토킹을 할게 아니고, 단지 가시적인 영어 공인 성적 점수기 때문에, 진짜 필요한 것을 집중적으로 하면 되는것이었다.

덕분에 9개월 동안 팔자에도 없는 영어공부를 자의로 타의로 기쁜마음으로 누릴 수 있었다. 한창 테니스 수준이 향상되고 있어 일요일마다 테니스 치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을 다스리고 어두침침한 어학원으로 향하는 것은 나를 다소 우울하게 했지만서도 말이다. ㅋㅋ



서두에 공들여 뜸을 들였던 스펙터클 부분은 지금 부터다.


그렇게 9월 27일 텝스 점수가 최종 모자르다는 결과발표를 받아들고는 우선, 결과발표를 궁금해하고 있을 지인들(와이프/부모님 등)에게 서둘러 연락을 돌린다. (영어공부 한답시고 엥간히도 부산떨었기에 결과를 나보다 더 궁금해 하신 분들이 몇 계신다)


죄송합니다.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모두 다 제 탓입니다.(내가 쥑일 놈이여)


그리고서는 생각보다는 홀가분하게 그동안 킵해놨던 각종 운동관련, 각종 모임관련 스케쥴을 정상화 하기 시작했다. 얼추 따져만 봐도 12월까지 축구관련 경기가 약 10경기(내가 뛰어야 하는 경기를 말함), 출전해야하는 테니스 대회만도 약 7개 + 와이프가 허락만 해준다면 단식 대회 서너개 정도? 그리고 추계 체육대회 2개와 대학 총동문회 행사 준비에 학교 행사들은 뭐 고유 업무니깐 따로 적진 않고 간단하게 당장 내가 집행해야하는 담당사업 예산만 1억2천만원 정도 예산에 잡혀있다고 하면 내가 얼마나 할일이 많이 남아있는지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그렇게 나는 그 담날 아침부터 밀려있던 아니, 미루고 있던 아니 보류했던 일정을 하나씩 소화하기로 작정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물론, 와이프가 나의 일정을 다 허락해줄리는 만무하지만 시험에 떨어진 상실감을 어느정도는 공감해주고 있으니 당장에 한두개쯤은 참가해도 될성싶었다. 거기에 여름내내 공부한답시고 한번도 타지 못했던 티라노를 창고에서 꺼내 시동을 걸어본다.


오전 10시 강릉 주문진 강북구장에서 내가 소속한 축구팀과 주문진 클럽과의 첫 경기로 밀린 스케쥴을 하나씩 소화해 나간다.

서너달만인데도 창고에 쳐박혀 있던 티라노의 킥페달을 밟고 체중을 실어 힘차게 시동을 돌려보는데 한 10번의 킥질에는 미동도 안하다가 열다섯번쯤 됐을까 드디어 터덜터덜 시동이 걸린다.


그때 티라노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때 내가 오토바이를 끌고 나가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란 생각을 해본다. 아니지, 해봤지



혹시, 내가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크게 다쳤을 거라고 생각했는가? ㅋㅋㅋ 그건 아니고,

그렇게 터덜터덜 시동이 걸린 오토바이 티라노(YAMAHA TW200, 1991)를 끌고 옥계부터 주문진까지 약 50km 정도를 상쾌하게 밟는다. 밟는다고 표현했지만 이미 티라노는 연식이 연식인 녀석이라 90km/h 정도로 달리는게 가장 안정적이고, 솔직히 그 이상 잘 나가지도 않는다ㅋㅋ 한 마디로 강제 안.전.운.전.

그렇게 약 48km 쯤 달렸을까, 뭔가 점점 엔진소리가 이상해지는 느낌이다. 마치 논바닥 갈라지는 소리, 쇠소리가 점점 카랑카랑해지는 소리와 뭔가 말라가는 느낌적 느낌, 워낙 바이크에 대해 문외한이고 관심을 가졌어야하는데 무턱대도 몇달만에 시동을 건 티라노를 끌고 너무 멀리 왔다는 의심도 없이 그렇게 목적지에 거의 다 다다랐을 무렵, 티라노의 엔진은 멈추고 뭔가 불길한 냄새와 소리를 내며 정지해버렸다.

간만에 오토바이 준비에 시동에 잘 나가지도 않는 속도에 경기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오토바이 마져 퍼져버렸으니 얼마나 마음이 급했겠냐마는, 다행히 퍼진 지점이 큰길로 빠지는 부근이어서 비교적 안전하게 차량을 정차시키고, 같은 팀에 소속되있는 친구에게 SOS를 요청 생각보다 금방 그라운드에는 도착할 수 있었다.

또 한켠으로 위안되는 것은 축구팀에 몇몇 동료가 트럭을 가지고 응원을 와있던 터라, 오토바이 센터 까지 실어주겠다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고맙던지, 다른 동료들은 이미 30분전에 와서 개인적으로 몸을 풀고, 지금은 선발 명단 인원들이 모여서 단체로 몸을 풀고 있는것. 너무 늦게 도착하고, 또 오랫만에 참여한 경기이기에 선발출장과 같은 욕심은 당연히 없었고, 그져 후반전에나 인원이 모자르게 되면 뛰면 되겠다는 생각, 그리고 아,, 또 오토바이 수리비는 얼마나 나올까 라는 생각으로 마음과 머리가 복잡한데,

 

헐 선발로 뛰라네


인원이 모자라 고전하겠다는 어젯밤 단체채팅방에서의 다급했던 상황에 비해 현장은 굳이 내가 선발로 안뛰어도 될것 같은 스쿼튼데, 선발 출전이라,, 오랜만에 나와서 배려해주는건가 보다 하고, 선수 검인을 받고, 유니폼과 장비를 착용하고 선발선수들이 몸을 푸는 장소로 합류하여 어거지로 댓쉬몇번을 하니 그마져도 금방 끝나버린다. 조금 더 몸을 풀까, 아니면 좀 쉴까, 생각이 복잡한 터에 오랫만에 만한 동료들과 인사나 하고 경기에 들어가자는 생각으로 귀결, 그마져도 얼마 못하고 바로 경기가 시작된다.


불행의 서막


근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지네,, 영어얘기하다가 오토바이 얘기하다가 갑자기 축구얘기라니,, 암튼 그래서 스펙타클 했다고 했자녀

원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에 게임메이컨(뭐 10번 자리라고 하면되남), 우리 팀에는 선출도 많고 나보다 볼키핑이나 패싱력이 좋은 동료들이 있기에 내 포지션은 최전방을 봤다가, 왼쪽 오른쪽 날개도 봤다가, 미드필더도 봤다가, 수비형 미드필더도 봤다가 하는데, 오늘은 초반에 가운데를 시켜준다. 제일 좋아하는 위치다. 상대가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좋은 찬스가 와서 오른발 슛팅을 때리는데, 너무 오랫만의 축구라서 소녀슛이다. 마음과 폼은 이동국 소ㅑ팅 저리가라 차고 싶은데, 실제로는 이청용 슛 과 같다면 축구인들은 이해할것, 좋은 찬스를 놓쳤지만 경기 초반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다시 경기에 집중한다. 초중반은 우리가 지배하다가 후반들어 약간 밀리는 형국, 전반 종료 직전에 우리 미드필더의 전방 롱패스가 기가막히게 오른발 앞에 떨어질것 같다. 컨트롤 하고 드리블 하면 늦을 것같아, 나름 절묘하게 앞으로 눌러놓고 2~3m 떨어져 있던 수비수 하나를 제친다. 뒤와 옆에 있던 수비수들이 공간을 침투하는 내 앞과 좌우를 막는다. 내가 오른발 잡이니깐 내 오른쪽 돌파를 더 경계하는것 같은데, 나는 왼쪽 돌파를 더 선호한다. 예상대로 수비수들을 다 벗겨냈다. 문제는 마지막 슛팅인데 왼쪽 돌파를 해논터라 왼발 슛을 때려야 하는 상황 이미 나는 PK지역 깊숙히 들어와 있고 골키퍼와의 거리는 5m 남짓, 나 뿐만아니라 상대 골키퍼도 먹혔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인데, 이번에도 내 왼발 슛팅은 소녀슛, 기가 막히게 상대편 골키퍼가 타이밍을 맞춰 절며하게 쳐낸다. 젠장,, 휘슬이 울리고 전반이 종료된다. 넣을 수 있었는데, 넣을수 있었는데, 오랜만에 나와서 팀에 기여할 수 있었는데,, 계속 아쉬움이 남는다. 발등으로 차지말고 반대포스트 보고 비껴차서 굴려 넣을껄,, 하는 후회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간만에 나와 골은 넣지 못했지만 결정적 찬스를 두어차례 만든 내 플레이를 보며 다들 칭찬 일색이지만, 그 칭찬들이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들었나보다. 여전히 몸은 무겁다. 다리는 운동을 많이 할 때보다 더 두툼해졌는데, 그건 근육이 빠지고 지방질이 늘어서 수치상으로만 시각적으로만 두꺼워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일 평창에서 열리는 테니스 대회에도 참가해야하는데, 사실 내일 테니스 대회가 더 중요한데,, 컨디션은 분명 정상이 아닌데 몸도 마음도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계속되는 조바심.

잠시후 시작된 후반전에 선수출신 후배의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쉽게 선취득점을 올린다. 슈팅이 정말 빨랫줄 같다. 뒤에서 보고 있었지만,, 슛을 저렇게 때렸어야하는데,, 내 소녀슛이란,,,ㅉㅉ 자조섞인 자위로 마무리하고, 다시 중앙선으로 모여들어 재차 킥옵한다. 후반 초반에 선췻점을 올렸기에 이제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그런데 경기양상은 점차 우리가 위협적인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된다. 또 다른 선출 후배가 포지션을 바꾸자고 한다. 이번에는 우측 날개로 위치를 옮긴다. 나는 활동량을 넓게 가져가는 스타일을 바탕으로 축구를 한다. 그러려니 당연히 미드필더를 가장 선호한다. 측면에서도 왠만큼 주력이 되기에(100m 기준 12초 중후반정도 뛸까? 나이를 먹어가며 나는 그대론데, 주변 또래들이 점점 느려지는 상대성 이론 ?) 측면돌파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팀에 도움을 주고자 부단히 움직인다. 아,, 근데 사이드에 빠져 중앙쪽을 지켜보니 내가 있을때보다 압박이나 그 활동량들이 맘에 들지 않는다. 미드필더들의 수비가담 또한 맘에 들지 않는다. 마침 우리 선수들이 한쪽으로 쏠렸다가 수비가담이 되지 않는 상황 임을 판단하고 미드필더 지역까지 자리를 옮겨 도움 수비를 자원했다. 이것만 막아주고 원래 위치로 복귀해야지란 생각으로 내려왔는데 어느덧 우측 날개 위치에서 좌측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까지 커버를 나오게 됐다. 아 이건 아닌데,, 빨리 돌아가야하는데,,, 라는 생각과 앞에 있는 상대 미드필더가 바운드 된 볼을 트래핑하고 나의 왼쪽 사이드라인을 타고 지나간다. 뒤에도 우리 수비가 있었기 때문에 돌파된 상황을 포기해버리고 원래 내 자리로 복귀하면서 협력 수비를 해줘도 되는데 왜 그때 무리한 동작을 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이미 나를 거의 지나간 상대 선수를 따라가 조금이라도 더 괴롭히기 위해 나도 볼 키핑을 위해 번쩍 들었던 오른발을 땅에 딛자 마자 오른발에 힘을 주고 몸을 좌측으로 트는 순간



무릎에서 두두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통증 

 

 외마디 비명이 아니라, 아아아악아아아아아아아아 하는 비명과 신음을 내뱉으면 나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등을 댄채 쓰러진다. 영문을 알턱이 없는 동료들과 상대선수들이 하나둘씩 쓰러진 내 주변으로 모여든다.

무릎이 돌아갔다는 설명과 무릎에 손을 대지 말라는 부탁과 신음을 내며 그라운드에 약 2~3분간 누워있을 수 밖에 없는 극렬한 통증, 어려서부터 축구를 즐겨했지만, 이런 수준의 통증은 겪어보지 못했기에 안그래도 복잡했던 머리속은 아예 캄캄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그라운드에 오래눠워있었던 적도 처음인것 같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최초의 통증은 조금 가라 앉았다. 동료들의 부축을 받아 반대쪽 다리 힘으로만 일어나 그라운드를 벗어난다. 우리팀 벤치와는 정반대 반향으로 빠져나왔기에 어쩔수 없이 스탠드에 다리를 널어놓고 남은 경기를 관전해야하는 상황, 오토바이는 퍼졌지, 다리는 다쳤지, 큰일이다.

모르긴 몰라도, 뭔가 크게 잘못됐다. 각종골절과 염좌, 수많은 찰과상 등 남부럽지(?)얂은 화력한 부상 경력 중 에서도 이런 수준의 고통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상황이 썩 좋지 않음은 단번에 알 수 있다.

그 시점에 몸이 그지경이 된 상태에서 내게 더 이상 중요한것은 아니지만 설상가상 골 까지 먹혔다. 속이 터진다.

강릉시 30대 클럽리그라서 한 경기로 당락이 결정되는게 아니기에 일희일비 할 문제는 아니지만, 정말 오랫만에 경기에 출전, 준비운동도 제대로 안하고, 중요한 순간도 아닌 상황에서 발생된 불가피했지만 불필요한 부상, 그 주인공이 내가 되었다니, 거참 그날 밤은 참 씁슬하더만요.


그래서, 인근 종합병원엘 갔습니다. mri촬영결과 우측 슬개골 전방십자인대 파열, 내외측 측부 인대 부부파열, 바깥쪽 반월상 연골 파열 등 전치 12주의 진단을 받고, 10월 16일 입원, 10월 17일 수술을 하고 지금 열심히 회복 중입니다. 오늘은 수술 결과를 가늠할 최종 CT촬영과 x-ray를 찍습니다. 오늘 늦게나 내일 수술 결과와 담당 의료진의 최종 소견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활과정은 지루하면서도 고된 기간이 될 것 같습니다. 당장에 3주는 부상 당한 발을 땅에 딛지 못합니다. 무릎에 무리가 가면 안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3주는 목발을 짚고 살짝 살짝 딛어야 한답니다. 그리고 나머지 기간에는 보조기를 착용하며 틈틈히 주변 근육을 기르고, 유연 운동을 통해 신전과 굴곡을 병행해야한다고 합니다.

정상적으로 예전과 같이 급격한 턴과 출발 정지를 위해서는 최소 4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검색한 바로는 이 부상을 당하고 가장 최단기간 경기에 복귀한 선수는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바조 랍니다. 부상 후 무려 70여일만에 그라운드에 복귀 월드컵에 출전했다고 합니다.(미친 회복력과 경기를 뛰고자하는 선수의 열정이 느껴집니다. 호돈 전에는 바조가 짱이었죠)

부상 당한 후 그간의 기록들을 하나씩 반추 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평소에 체력훈련을 게을리 했었습니다. 왕년에 중장거리 달리기를 뛰었던 경험, 부상을 안고 2주간의 천리행군도 클리어 했던경험, 마라톤 풀코스도 준수한 기록으로 완주했던 경험들은 나 스스로의 체력을 과신하게 했고 결국 큰 부상을 초래했습니다. 부상 당일 시합 직전에는 심지어 기본적인 스트레칭도 생략하고 경기에 참여했다니 아주 다치기로 작정한것과 다름없었습니다.

글이 엄청 길어 졌네요. 막판에 문체가 바뀐건 몇일 텀을 두고 작성해서 그렇습니다. 이제 사진 몇개 중간중간 삽입하고 마치겠습니다. 아, 그리고 부상기간의 여러일들을 또 따로 포스팅해야겠네요^^ 

아직 수술부위가 아물지 않았지만, 다리 굳는다고 굴곡운동을 하고있습니다. 무릎이 굽혀지는게 그렇게 큰 기쁨인지 부상 전엔 몰랐습니다.


모두들 안전운동, 평소 체력관리, 운동 시에는 항시 부상의 위험이 있다는 생각을 인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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